장관석·사회부
이명박(MB)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경제 관련 부처 장관을 지낸 인사 12명 등이 무더기로 계좌 추적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의 최근 보도에 대해 MB 측이 18일 내놓은 공식 논평이다. 올 1월 MB와 그의 재임 시절 장관급 인사 13명이 가진 신년 모임에서 한 참석자가 “검찰이 나의 금융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은행의 통보를 받았다”는 말을 꺼내자 MB를 제외한 12명 전부가 “나도 추적당했다”고 털어놓는 장면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만 놓고 보면 검찰이 MB 정부 인사들을 표적으로 놓고 그들의 계좌를 떡 주무르듯 마음대로 열어본 것처럼 보인다. 사실이라면 수사권 남용 또는 개인정보 침해 소지를 넘어 전 정권 인사를 상대로 한 ‘옛날식 표적수사’의 전형으로 불릴 법하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지난해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간 ‘층층 보고’ 체계 속에 수사보안이 여러 번 깨지곤 했는데, 사실이었다면 이런 중대한 사안이 진즉에 보도되지 않았겠느냐” “포괄적인 계좌추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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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일각에서는 MB측 인사들의 반응에 대해 “계좌추적 통지서 한 장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셈”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그러나 MB 측의 거부반응은 지난해 주요 사정(司正) 수사의 대상이 MB 측 인사였다는 ‘반복적 경험’과 맞닿아 있다. 재판에 넘겨진 박범훈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과 이상득 전 국회의원, 민영진 전 KT&G 사장 등이 대표적 사례다.
MB계 인사 여러 명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반응을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그냥 넘겨버릴 수 있을까. ‘정의는 실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의가 실현되는 것으로 비쳐야 한다’는 법언을 검찰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장관석·사회부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