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첫 女총통 차이잉원]의회도 과반 확보… 兩岸 다시 긴장
차이 당선자도 원칙적으론 양안 간 평화로운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지만 방점은 대만의 자유민주주의, 대만의 정체성 확립에 찍혀 있다. 마잉주(馬英九) 총통 8년간의 양안 밀월 관계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차이 당선자는 16일 밤 기자회견에서 “중화민국(中華民國·Republic of China)이 하나의 민주국가라는 점, 그리고 2300만 대만 인민이 이를 함께 굳게 지키고 있음을 이번 선거는 보여줬다”고 말했다. 중국이 예의주시하는 ‘92공식(共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합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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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끈한 중국은 의례적인 당선 축하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독립노선 추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차이 당선자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 가능성도 요원해졌다는 평가다.
중국의 대만 주무 부처인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16일 차이 주석의 당선 확정 발표 후 성명에서 “지난 8년 동안 92공식을 바탕으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왔다”며 “타이두(臺獨·대만 독립) 추구를 위한 어떤 형태의 분열적 행동도 결연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같은 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內政)”이라며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선거 결과가 이런 기본 사실과 국제사회의 공통 인식을 바꾸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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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가 국민당 집권 8년의 경제 실정(失政)에 대한 강력한 문책이라는 점에서 차이 당선자는 ‘경제 살리기’라는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됐다. 아울러 빈부 격차를 완화하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되찾아주는 노력도 해야 한다. 차이 당선자는 16일 밤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오늘부터 개혁의 제1보가 시작됐다. 개혁은 2월 1일 새 국회가 열리고, 5월 신정부가 출범하면 실천에 들어갈 중요한 사명”이라고 밝혔다. 당선 축하 행사장에서 만난 왕즈하오(王子豪·33·회사원) 씨는 “국민당은 친중국, 경제, 분배 등 모든 면에서 심판을 받아야 했다”며 “하지만 중국과 원만하게 지내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민진당 집권으로 한국과 대만 관계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리시(朱立熙) 지한(知韓)문화협회 집행이사장 겸 국립정치대 강사는 17일 “국민당은 대(大)중화주의 의식으로 한국에 대해 우월감을 가졌다”며 “민진당이 집권하면 보다 친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진당 지지층이 많은 중남부에서는 여행 온 한국인 관광객을 환대한다. 주 이사장은 “그러나 한-대만 관계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중국에 치우친 한국도 대만을 중시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