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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수준 떨어져” 또 강한 불신… 국민에게 ‘물갈이’ 요청

입력 | 2016-01-14 03:00:00

[朴대통령 대국민 담화]정치-총선
국회 심판론 정면으로 제기




“무슨 이야기 하실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앞에서 세 번째) 등 당직자들이 13일 국회에서 TV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이 직접 나서 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이 문장일 듯하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발표와 기자회견이 이어진 99분간 국회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국회 수준이 떨어진다”는 격한 표현까지 썼다. 그러면서 국민이 나서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4·13 총선을 겨냥한 발언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19대 국회 물갈이’를 강하게 주문한 만큼 여권 지지층은 똘똘 뭉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반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총선 구도가 ‘국회심판론 대 정권심판론’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정권의 명운을 건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4·13 총선도 ‘박근혜 선거’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 “유일한 대안은 바로 국민”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경제 활성화 및 노동개혁 법안이 좌초 위기에 있는데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고 물었다. 박 대통령의 답변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더이상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되레 반문한 것. 그러면서 “국민이 직접 나서주실 수밖에 없다”고 자문자답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전부 청와대로 초청해 여러 차례 설명했는데도 (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 발언을 하면서 ‘초청’을 ‘초치(招致·불러들인다는 뜻)’라고 잘못 말했다. 통상 외교적으로 상대 국가의 외교관을 불러 항의할 때 쓰는 용어다. 야당 대표를 불러 항의하고 싶다는 의미로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단순한 말실수였지만 박 대통령의 심경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야권의 사분오열로 여야 협상 자체가 꽉 막힌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심판론은 야당을 정조준했다. 박 대통령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당의 이합집산은 반복됐다”며 “중요한 것은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년 동안 제대로 일하지 않다가 국민의 심판을 회피하기 위해 (이합집산을) 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창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탈당 사태가 이념이나 가치와 무관한 ‘신분 세탁용’이 아니냐고 비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제가 바라는 건 국회의 기능을 바로잡는 일”이라며 “유일한 대안은 바로 국민 여러분이다. 저는 욕을 먹어도, 매일 잠을 자지 못해도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어떤 비난과 성토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심판과 함께 자신의 진정성을 내세워 여권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읍소 전략’을 병행한 셈이다.

○ “국회, 선진화법 소화할 능력 안 돼”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도 국회에 대한 국민의 높은 불신을 앞세워 돌파했다. 한 기자는 19대 국회를 ‘불량 국회’로 만든 주범인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여당 주도로 통과시켰고, 박 대통령도 찬성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당시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를 바로잡자는 취지였다”며 “이런 좋은 취지를 충분히 살려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정쟁을 더 가중시키고 국회의 입법 기능마저 마비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국회는) ‘동물국회’가 아니면 ‘식물국회’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수준”이라며 “선진화법을 소화할 능력이 안 된 결과”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월남이 패망할 때 국민은 현실정치에 무관심했고 정치인들은 나서지 않았다”며 ‘정치 망국론’을 펴기도 했다. “20대 국회는 최소한 19대 국회보다 나아야 한다”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쟁점법안 직권상정에 부정적인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해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 판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직권상정을 에둘러 요구했다. 또 ‘진실한 사람 선택’ 논란과 관련해 “진실한 사람은 진정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새누리당이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정치 분야 주요 발언


“이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를 움직이는 정치권도 아니다. 바로 국민 여러분이다. 우리 가족과 미래 후손을 위해 여러분이 앞장서서 나서주길 부탁한다.”

“진실한 사람이란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국회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20대 국회는 19대 국회보다 나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선거 목전에 정당의 이합집산이 반복돼왔다. 4년 동안 제대로 일하지 않다가 국민 심판을 회피하기 위한 건지 진실한 마음에서 하는 건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청년들이 고용절벽에 처한 상황에서 뭔가 풀면서 개헌 얘기를 해야 염치가 있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개헌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에 대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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