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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북핵 담화’에 對北정책 근본적 변환 담는가

입력 | 2016-01-12 00:00:00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대(對)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북한 김정은이 핵실험을 감행한 6일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하에 북한이 핵실험에 대해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이 첫 시험용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북한 핵문제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근본적 변화에 따라 대북정책도 근본적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지와 함께 다음과 같은 국민의 의문에 답해야 한다.

우선 김정은이 “대사변을 위한 만반의 전투준비 상태”를 지시한 만큼 국군 최고 통수권자로서의 결연한 의지와 함께 대북 제재의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북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논의에 들어갔지만 중국은 고강도 제재엔 난색을 표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상의 관계’라고 한중 관계를 자화자찬했으나 박 대통령은 아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협의도 하지 못했다. 2013년 6월 한중 정상회담 직후 박 대통령이 “상호방문, 전화통화 등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기자회견한 사실이 무색해질 정도다. 4차 북핵 실험처럼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시 주석과 통화를 할 수 없다면 어떻게 중국을 대북 제재에 동참시킬 수 있을지 알고 싶다.

둘째, 정부는 작년 8월 ‘박근혜 정부의 국정 1기 주요 성과’ 자료집에 외교·통일·국방 분야만을 넣고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모색해 왔다”고 자부했다. 지금 돌아보면 이 같은 평가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은 참모진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대북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 남은 임기 중 외교안보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셋째, 핵문제를 과연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우리는 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2년 2월 19일 발효)을 정면으로 위반한 데 대해 지금껏 정면으로 따져 본 적이 없다. 북이 핵은 미국과 논의할 문제라고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고집하고, 우리 정부와 대화조차 거부할 경우 이대로 북에 끌려가야만 하는지 대통령의 비책(秘策)을 듣고 싶다.

넷째, 이제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핵에는 핵 외에는 대응수단이 있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역행하고 한국의 외교적, 경제적 고립을 자초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 공약과 별개로 정부가 자위적 핵 능력 확보를 고려하고 있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다섯째,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으나 북핵 문제 진전 없이 중단할 수는 없다. 북이 추가 도발할 경우 원점 타격을 비롯해 최악의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결의와 태세를 우리 정부는 갖췄는가. 개성공단 철수를 포함해 독자적 대북 제재를 더 확대할 것인가.

18년 전 나라가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놀라운 위기 극복 능력과 단합 정신을 보여주었다. 대통령이 진솔하게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아야 대통령의 진정성이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다. 김정은도, 시 주석도 대통령 발언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