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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 마일리지로 현금을…” 65명 속이고 도피한 40대 검거

입력 | 2016-01-07 17:27:00


‘황금 알’을 낳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2011년 3월 노래방 업자 강모 씨(50·여)는 단골손님인 김모 씨(49)의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교통카드를 쓰면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제도를 사람들이 몰라 수십조 원의 현금이 교통카드 회사에 쌓여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이를 활용하면 원금에 30%를 더한 금액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평소 노래방을 자주 찾으며 넉넉하게 술값을 챙겨주는 김 씨의 모습을 보니 믿음이 갔다.

재미삼아 김 씨에게 30만 원을 투자했다. 곧 39만 원 어치의 교통카드가 돌아왔다. 실제로 은행에 갔더니 현금으로 인출이 가능했다. 김 씨가 즐겨 말하던 “여권 유력 정치권 인사와 친하다”는 자신만만한 태도가 점점 진짜라고 느껴졌다.

일확천금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강 씨는 노래방과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3억 원의 돈을 김 씨에게 투자했다. 주변 지인에게도 이 좋은 투자 수단을 알렸다. 김 씨는 소개만 해도 지인이 투자한 금액의 5~15%를 상여금 명목으로 나눠줬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였다. 조금씩 들어오던 투자금이 2011년 5월부터 끊겼다. 김 씨에게 아무리 연락해도 답장이 없었다. 알고 보니 김 씨는 돌려 막기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 돈을 끌어 모았다. 이렇게 속인 사람만 65명이었다. 피해자들로부터 107억 원의 투자금을 받은 김 씨는 일부 금액을 다시 나눠주고 24억여 원을 챙겨 2011년 5월 29일 중국으로 도피했다.

김 씨의 도피생활은 3년 6개월 만에 끝났다. 경찰이 인터폴과의 공조 수사 끝에 지난해 11월 24일 한국으로 입국하던 김 씨를 인천국제공항에서 검거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김 씨를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해 11월 27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동작서 고태완 경감(42)은 “누구나 하나 쯤 갖고 있는 교통카드를 이용한 새로운 사기수법”이라며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제안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