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권위자나 이론 따르기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책 급부상 불안 해결 사회적 리더십 부재 반영
거울을 보면 내가 보이듯, 답은 나에게 있다. 연말연초에 많이 팔리는 책에는 그해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시대상’이 담겨 있다. 많은 이가 올해의 첫 책으로 ‘나’ (Self)를 주제로 다룬 서적을 골랐다. 동아일보DB
30대 회사원 강모 씨가 전한 책의 내용이다. 그는 새해를 맞아 하루에 한 가지씩 자신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답하는 형식의 ‘5년 후 나에게 Q&A a Day’란 도서를 구입했다. 이 책은 연말연초를 거치며 6쇄까지 찍는 등 독자에게 호응이 크다.
1월이면 외국어 학원과 헬스장에 사람들이 붐비듯 의미 있는 ‘책 한 권’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새해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한 책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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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는 12월 교보, 예스24 월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없다가 연말연초 2위에 올랐다. 이 책을 낸 토네이도출판사 김지혜 기획실장은 “1년간 365개씩 5년간 총 1825개의 답을 쓰도록 돼 있는데 해마다 자신의 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 호응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판매 순위 5~7위를 오간 오른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역시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을 토대로 자신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책이다. 9위인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도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란 주제를 다룬다. 10위권 밖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11위),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14위) 등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셀프 성찰’을 키워드로 삼았다.
지난해 초에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1870∼1937) 심리학을 다룬 ‘미움받을 용기’가 급부상했다면 최근에는 권위 있는 특정 학자의 이론을 따르기보다는 ‘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성찰을 돕는 책이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연초에 ‘뜨는’ 책은 그해의 문화 트렌드를 주도한다”며 “취업, 해고, 노후 불안 등 모든 세대가 삶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정작 이를 해결해 줘야 할 리더십의 부재가 심각하다.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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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