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사화집 ‘문학산’ 발간 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 167편 엄선… 인천의 역사-문화 오롯이 스며있어
인천시가 최근 발간한 사화집 ‘문학산’에 실린 작품을 엄선한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자문위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사화집에는 고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천을 노래한 시가 실려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소래어시장엔 와글와글 바다가 넘친다/상인들의 펄럭이는 앞치마도 긴 장화도/다 갈치고 고등어다/횟집 아줌마 입 속에서/파도를 베어 물고 헤엄치는 생선들/회칼 위로 비린내가 번질 때마다/눈을 떴다 감았다 한다고/육질이 처녀 볼살처럼 쫀득하다고 외쳐대는/광어 우럭 도다리들/몸속의 가시가 허옇게 드러났는데도 눈동자는 초롱초롱하다”
문인들만 행사에 참석한 것은 아니다. 신송고 1학년생인 김태형, 이하빛 군은 안혜경 시인의 ‘월미도 편지’와 박현자 시인의 ‘풀등’을 각각 낭송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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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지난해 10월 시인인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과 김학균 인천예총 사무처장, 문광영 문인협회 인천시지회장, 이영태 인천개항장연구소장을 사화집 발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자문위원들은 어느 시대부터, 어떤 작가의 작품을 선정할지를 놓고 고심했다. 수차례의 토론을 거쳐 “고려시대에서 출발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천을 소재로 쓴 수준 높은 작품을 싣자”는 제안에 공감하고, 167편을 엄선했다.
먼저 ‘고려시대 편’에는 문신 유승단(1168∼1232)이 강화도의 한 사찰에서 자연풍경을 노래한 ‘혈구사’와 이규보 이색 이곡 정도전 등이 인천을 배경으로 쓴 한시가 실렸다. ‘조선시대 편’에서는 정몽주의 문하생이었던 하연의 ‘인천부로가요’를 비롯해 가사문학의 대가였던 정철 안민학 허봉 김용 김상용 권필 이형상 이규상 이건창 등 옛 문인 24명의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당대를 풍미했던 문신과 학자 등이 인천을 소재로 한시를 읊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근현대 작고시인 편’에서는 시인들이 구한말 개항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찬송가에서 신체시, 자유시 등으로 형식을 달리하며 시를 다양하게 발전시킨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장편 서사시인 ‘국경의 밤’을 선보인 김동환의 ‘월미도 해녀요’(1927년) 등 29명의 작품이 수록됐다. 작가들이 숨진 시기에 따라 정지용의 ‘슬픈 인상화’, 고유섭의 ‘해변에 살기’, 박팔양의 ‘인천항’, 김기림의 ‘길에서-제물포 풍경’, 최경섭의 ‘작약도’, 이가림의 ‘바지락 줍는 사람들’ 등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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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관장은 “사화집에 실린 작품에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스며 있는 만큼 많은 시민들이 감상해주길 바란다. 비매품이기 때문에 인천지역 공공도서관과 학교, 공공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