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호 스키 에어리얼 대표의 당찬 평창 도전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 국가대표 김남진이 한국체육대 체조훈련장에서 공중동작 훈련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0년 동안 체조만 한 김남진은 “스키를 더 많이 배워 카빙(스키 날을 활용해 타는 기술)을 익히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스키협회 제공
황당하지만 ‘아직까지는’ 사실이다.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은 스키를 타고 내려오다 점프한 뒤 다양한 공중연기를 겨루는 종목이다. 국내에는 아직 경기장이 없는 건 물론이고, 전용 장비조차 수입되지 않고 있을 만큼 낯선 종목이다.
당연히 선수도 없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전 종목 출전을 목표로 하는 대한스키협회(회장 신동빈)는 비슷한 점프 기술을 사용하는 체조 선수들 중에서 전향자를 모집했다. 인천 아시아경기 트램펄린 국가대표였던 차상엽(24), 이민우(20)와 기계체조 전공생 김남진(20)이 합류했다. 지휘봉은 조성동 전 국가대표 체조감독이 잡았다. 체조 지도자 생활만 30년을 한 조 감독은 체조 메달 1호 박종훈부터 여홍철, 이주열까지 체조 메달리스트를 키워낸 베테랑 지도자다. 그렇게 지난해 10월 15일 대한민국 1호 에어리얼 팀이 출범했다.
대한민국 1호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이민우, 조성동 감독, 김남진, 차상엽.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감독과 선수 모두 평생 체조만 한 터라 스키와는 인연이 없다. 주장 차상엽은 “2주 전 스키훈련에서 아예 스키를 처음 신어봤다”고 했다. 실내 훈련만 하던 선수들은 얼마 전 횡성 스키장에서 국가대표 스키점프 팀을 이끌었던 최돈국 전 감독에게 스키를 배웠다. 최 감독 역시 알파인스키를 타다 스키점프 1세대를 이끈 개척자였다. 누구보다 개척자의 고충을 아는 그는 “처음이라 힘들지만 조금만 버텨보라”라고 조언했다.
사실 차상엽과 이민우는 종목을 변경한 것이 벌써 두 번째다. 기계체조 선수였던 이들은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트램펄린으로 종목을 바꿨던 전력이 있다. 하지만 트램펄린 1세대라는 자부심도 잠시, 아시아경기가 끝난 뒤 지원이 끊겼다. 이들은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 남다른 각오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민우는 “그동안 신체만 가지고 하는 운동을 하다 기구를 몸에 달고 하려니 어려운 게 있어요. 에어리얼은 스키 기술이 많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자유롭게 가지고 놀려면 일단 밸런스를 알아야 하거든요. 그래도 스키장 훈련 때 매일 야간까지 훈련했더니 이젠 중급자 코스에서 ‘슝’ 내려오다 멈출 정도는 됩니다”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스키협회로부터 올림픽 출전에 대비한 지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 국가대표팀 승인을 받지 못한 에어리얼 팀은 태릉이나 진천 국가대표 훈련장을 이용할 수 없다. 조 감독에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전용 훈련장이 있어야 체계적으로 지도가 되죠. 그래도 국가대표 선수들인데 매일 외부 식당 밥을 먹이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한국체육대에 양해를 구해 체조연습장에서 점프 기술을 가다듬고 있는 이들은 5일 부상 방지를 위해 점프를 한 뒤 물속에 떨어지도록 만들어진 워터 점프대가 있는 벨라루스로 전지훈련을 떠나 공중동작을 본격적으로 연마한다. “이 종목은 기분이 남달라요. 뭘 해도 최초니까”라는 이민우의 말처럼 ‘걷는 길이 곧 역사’인 에어리얼 팀의 화려한 비상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