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법사상 처음으로 범죄자의 뇌구조 영상이 증거로 채택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피고인 박춘풍(56·중국국적)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는 29일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박춘풍에게 “범행 전후로 모종의 기질성 인격장애가 보이긴 하나 범행의 자극성과 엽기성 등을 고려할 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이 무겁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의 쟁점은 박춘풍의 뇌 영상 촬영 감정 결과가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지 여부였다. 박춘풍 측은 어렸을 때 사고로 눈을 다쳐 뇌까지 수술을 했다는 점,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재판부는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 사이코패스 정신병질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결과 뇌의 전전두엽에 손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이코패스나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진단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진단됐다. 또 다른 감정결과에서도 박춘풍이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감정 결과를 토대로 1심 판단과는 달리 박춘풍이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대로 그날 격정적인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면밀한 계획을 세워 저지른 범행으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기질성 장애는 보이지만 감정의견들을 종합해보면 정신적 소인으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춘풍의 심신장애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