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두달 당겨 ‘더불어민주당’ 개명… 안철수 지우기

입력 | 2015-12-29 03:00:00

새정치聯 21개월 만에 당명 교체
약칭 ‘더민주당’ 등록은 안해… 安 “포장 바꾼다고 내용물 바뀌나”
문재인 “거취 결단은 내몫” 사퇴 일축… 박지원도 탈당 가능성 시사




새 간판 내건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당명 개정을 총괄한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당 대표실에서 시안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안철수 의원과 민주통합당의 합당으로 탄생했던 새정치연합은 1년 9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이른바 ‘안철수 색 벗기기’다. 이로써 지난해 3월 안 의원과 민주통합당이 합당해 탄생한 ‘새정치연합’은 1년 9개월여 만에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으로의 개명(改名)은 전격적이다. 전날 후보 당명 5개를 결정한 뒤 하루 만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2월 당명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2개월이나 앞당겼다. 문재인 대표가 안 의원의 흔적을 지우고 ‘마이웨이’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재천-권은희 어제 탕당

이날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요구해 온 비주류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내 거취는 내가 결정한다. 더 이상 내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비주류 측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이날 최재천(재선·서울 성동갑), 권은희 의원(초선·광주 광산을)은 탈당을 선언했다. 새정치연합이 ‘더불어 가자’고 당명까지 바꿨지만 문 대표와 비주류의 갈등은 ‘분당(分黨)’을 향해 치닫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새 당명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등록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당의 약칭을 ‘더민주당’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선관위에 약칭 등록을 하지 않았다. 원외 정당인 ‘민주당’으로 인해 ‘더민주당’이라는 약칭 등록이 거부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정당법은 ‘당의 명칭은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고 돼 있다.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제1야당이 정신을 잃은 것 같다”며 “‘더민주당’은 정당법의 명백한 위반이고, 기필코 배격되어야 할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포장지만 바꾼다고 사람들이 내용물이 바뀌었다고 믿겠느냐”며 “이름을 바꾼다면 내용도 같이 바꾸기를 간절하게 부탁드리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새정치연합의 새 당명을 두고 “더민당(약칭)이 대한민국을 벼랑 끝으로 더 미는 당이 아니길 기원한다”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다음 최고위부터 (조기 선대위) 논의를 구체화해 새해부터 총선 체제로 전환하자”고 말했다. 비주류를 향해선 “탈당을 언급하는 분들은 그 뜻을 거둬 달라”면서도 “당의 혼란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조속히 입장을 정리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비주류가 반대해도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대표직을 유지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비주류 측은 “사실상 선전포고”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비주류 측의 한 의원은 “본인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테니 나갈 테면 알아서 (당을) 나가라는 것”이라며 “(문 대표가) 내분을 수습하려는 게 아니라 더 증폭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루비콘 강가에 와 있다”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표가 사실상 비주류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분당 가능성은 더 커졌다. 당장 이날 비주류인 최, 권 의원이 탈당했다. 최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며 “경제정당, 청년정당, 미래정당을 만드는 일에 소리 없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소속 안철수, 천정배 의원 등을 포함한 야권 통합에 나설 계획이다. 비주류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은 비주류의 기획 탈당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 “개인의 고독한 정치적 결단”이라고 부인했다.

권 의원은 천 의원의 ‘국민회의’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두 의원의 탈당을 시작으로 비주류의 ‘탈당 릴레이’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이용훈 회장 등 임원진도 30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국민회의에 입당할 예정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