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대작 어린이 영화 두 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나란히 개봉하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위 사진)와 ‘어린왕자’. 고전이 된 콘텐츠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가족 관객이 즐길 만한 영화다. 호호호비치·올댓시네마 제공
○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하는 일마다 매번 실패만 겪는 찰리 브라운이 어느 날 앞집에 이사 온 빨간 머리 소녀에게 한눈에 반한다. 소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스누피의 도움을 받아 장기자랑과 댄스대회에 도전하지만 매번 남을 돕다가 낭패를 보고 만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찰리는 우연히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천재 소리를 듣는다. 스누피는 찰리의 풋사랑에 영감을 받아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파일럿 스누피가 암컷 파일럿 피피와 사랑에 빠진다는 소설 집필에 착수한다.
○ ‘어린왕자’
이 작품은 친구 하나 없이 엄마가 짜 놓은 인생 계획표대로 살아가던 모범생 소녀가 사립학교 입시에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재시험을 보기 위해 사립학교 근처로 이사한 소녀는 옆집의 괴짜 조종사 할아버지와 마주친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사막에서 조난당했을 때 만났던 어린왕자와 그에게 들었던 먼 행성들의 이야기를 소녀에게 전한다.
어린왕자 이야기에 한 소녀의 이야기를 덧씌운 액자식 구성 덕분에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특히 원작의 이야기가 끝난 뒤 소녀가 병상에 누운 할아버지를 위해 어린왕자를 찾아 나선다는 후반부가 참신하다. 네모난 집, 네모난 자동차, 네모난 빌딩을 통해 규격에 맞춘 어른들의 삶을 풍자하는 등 원작의 우화적 성격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애니메이션은 두 가지 방식으로 제작됐다. 소녀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3D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완성했다. 극중 극 형태로 삽입된 어린왕자 이야기는 원작 삽화를 그대로 본뜬 종이인형을 만들어 스톱모션 기법으로 제작했다. 여우와 장미 등 주요 캐릭터는 물론이고 사막 하늘 등 배경까지 따뜻하고 투박한 종이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다. 레이철 매캐덤스, 제임스 프랭코, 베니치오 델 토로, 마리옹 코티야르 등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자로 참여했다.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와 부모 사이에 좋은 대화거리가 될 만한 영화다. “어른이 되는 건 문제가 아냐. 어린시절을 잊는다는 게 문제지”라는 할아버지의 대사도 동심을 잊은 어른에게 유효한 감동을 안겨 준다. 두 작품 모두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