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와 동거녀, 동거녀의 친구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으며 몇 끼를 굶은 소녀가 남긴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아무거나 먹는다”며 매질했다. 동거녀가 기르는 몰티즈 강아지가 소녀와 달리 포동포동했다고 하니 지독한 비인간성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친부도 어렸을 때 의붓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은 트라우마가 있고 직업 없이 ‘리니지’ 게임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끔찍한 학대에 대한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소녀가 경기 부천 소재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할 때 담임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소녀를 찾으려고 학대신고를 했지만 아동복지법상 교사는 신고의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은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인천으로 이사한 이후 아버지는 아예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집 밖으로도 못 나가게 했다. 아이가 사라졌는데도 아무도 찾지 않았다. 지옥 같은 생활을 끝낸 건 소녀 자신이었다. 절해고도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소녀는 생지옥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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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