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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관리 발등의 불… 산업재편 구체화해야 저성장 탈출”

입력 | 2015-12-23 03:00:00

[차기 경제팀 과제는]경제전문가들 ‘유일호팀’에 제언




“한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둔화가 가장 무섭죠.”(경제 전문가)

“고용불안 여파가 내게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이 안 옵니다.”(일반인)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말 경제 전문가 351명과 일반 국민 1000명에게 ‘내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이처럼 답변이 엇갈렸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유일호 후보자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이런 괴리를 줄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수출에 의지해온 한국 경제 전체가 직면한 위험을 관리하는 한편 성장잠재력을 높여 고용을 늘려야 수치상의 경제 성적표와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다 같이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 부동산 경기와 가계부채 ‘두 토끼 잡기’

22일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채찍과 경기 부양이라는 당근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주택 거래 활성화와 가계부채 관리라는 서로 상충하는 정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난제도 떠안았다.

이와 관련해 유 내정자는 21일 밤 서울 송파구 자택 근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과 경기 부양은 둘 다 중요하다”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택 경기 부양과 가계부채 문제가 상충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 내정자는 이런 태도 때문에 소신이 강한 공격수보다 안정적 관리형이라는 평가를 받는 측면이 있다.

주택 경기 및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저유가 국제금리 등 대외적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정책만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급작스럽게 대출을 죄는 궤도 수정을 하면 시장이 얼어붙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급속도로 이동하는 자본 유출에 대비하는 정책도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최고로 올린 단맛에만 빠져 있지 말고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생길 수 있는 금융회사 건전성 문제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호성 구조개혁을 구체화하라”


중장기 핵심 과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구조개혁을 꼽았다. 노동, 교육, 금융, 공공부문 개혁만이 3%대 초반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단, 전문가들은 지금의 구조개혁이 임금피크제, 성과급제 도입 등 일부 과제가 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만큼 이보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이라는 모토 아래 고등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고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반적인 청사진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구조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영업이익으로 빚도 제대로 갚기 힘든 한계기업 수는 2009년 말 2698개에서 지난해 말 3295개로 급증했다. 금융위기 직후 보증을 통해 기업을 연명시키는 데 주력하다 보니 이른바 ‘좀비기업’이 성장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을 통해 기업 부실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기 전에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 법안을 마련하도록 정부가 국회와 소통하는 동시에 산업 전반의 기술력을 높이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확장적 거시정책만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거나 경기를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과학기술 지원을 통해 신산업을 만들고 기존 제조업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출산 고령화 대책 등 당장 표시는 나지 않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의 밑그림을 탄탄하게 그려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저출산 고령화가 심해지면 성장률이 제자리걸음을 할 수 있다”며 “고통이 따르는 개혁을 단계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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