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비 학예연구사 ‘성분분석’ 논문
황남대총(북쪽 고분)과 금관총, 천마총, 금령총, 서봉총에서 나온 금관들(왼쪽 위부터). 나중에 제작된 금관일수록 금 순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DB
흔히 황금의 나라 신라를 상징하는 유물로 화려한 금관(金冠)이 손꼽힌다. 하지만 신라 금관은 마립간(왕)이 살아있을 때 머리에 쓰던 것인지, 아니면 이집트 투탕카멘 무덤에서 발견된 ‘데스마스크’에 가까웠는지조차 규명되지 않을 정도로 관련 사실들이 베일에 싸여 있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신라 금관의 오랜 미스터리를 풀어줄 실마리 하나가 발견됐다. 신용비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신라 금관의 성분조성 분석’ 논문에서 신라시대 금관의 금 순도가 후기로 갈수록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존하는 신라 금관 6개의 금 함량 비율을 모두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신라 금관은 금과 은의 합금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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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견은 금관 제작 양식 자체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다. 후기로 갈수록 신라 금관의 크기가 커지면서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강도를 높이기 위해 은을 더 많이 넣었다는 주장이다. 흔히 금-은 합금에서 은의 비율이 높아지면 순금에 비해 강도가 더 높아진다. 함순섭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순금으로만 제작된 금관은 자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금관의 부위별로 금 순도가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예컨대 금관 밑에 달리는 금귀고리에서 중심고리(주환·主環)의 금 순도는 100%에 가까운 반면, 서봉총 금관의 머리 부분을 감싸는 반구형 십자(十字) 장식은 73∼74%에 불과하다. 학계 일각에선 중심고리는 금을 동그랗게 말아야 하기 때문에 순도를 높여야 하지만, 반구형 장식은 머리에 직접 닿는 부분으로 강도를 높이기 위해 순도를 낮춘 것으로 본다.
여기서 신라 금관의 생전 사용설과 ‘데스마스크’설이 경합한다. 서봉총 금관의 반구형 장식이 십자로 길게 교차하는 이유를 놓고 해석이 제각각인 것이다. 함순섭 학예연구관은 “상투를 튼 머리를 감안해 반구형 장식을 길게 뽑은 것”이라며 “다른 신라 금관들도 안쪽에 비단이나 가죽을 덧대 생전에 머리 위에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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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