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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회의장 3인 “입법마비 국회… 의장 ‘NO’라고만 말고 중재 물꼬 터야”

입력 | 2015-12-19 03:00:00

[행정부-입법부 수장 충돌]
전직 국회의장 3인, 鄭의장에 주문




대한민국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돼 있다. 법을 제정하는 기능은 국회만이 가진 권한이자 동시에 책임이라는 점을 담은 조항이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입법 과정에 더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자락에 깔고 있다.

19대 국회는 거의 막장 드라마 수준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18일 “청와대, 국회의장, 여야가 모두 제 역할을 안 하고 있다”며 “의회민주주의가 엉터리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은 국회의장을 향해 “빨리 통과시키라”고 요구만 하고 있고, 야당은 내부 토론도 없다 보니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국민들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장은 이런 혼란을 적극 수습할 책무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전 의장은 “국회의장은 토론의 장을 만들도록 주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여야에는 ‘빨리 원내로 들어와서 토의하라’고, 정부에는 ‘의원들을 만나 설명하라’고 계속 주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 의장과 사석에서 만나 “필요하면 박 대통령도 만나는 등 행정부와 입법부 간 의사소통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김형오 전 의장도 “청와대의 직권상정 요구가 무리한 측면이 있는 만큼 입법권을 지켜내려는 태도는 옳다”면서도 “정 의장이 고뇌하는 모습도, 철학적인 비전도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야 지도부를 불러 사진 찍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깊이 있는 접촉으로 의장 중재하에 타협안을 만드는 등 지속적인 조율을 시도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야당의 내홍은 벌써 몇 달 전부터 계속돼 왔다. 정치권에선 쟁점법안을 둘러싼 여야 지도부의 협상이 실제로는 여야 문제가 아니라 야당 내 주류-비주류 간 신경전으로 더 엉켜 있었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렇다면 정 의장이 선제적으로 여야 협상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나설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선진화법에 묶인 현실만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선진화법에선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는 요건도 극히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국회의장이 무조건 ‘직권상정 불가’만 외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주도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입법부 수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임채정 전 의장은 “의장이 입법부 수장으로 ‘정부가 만든 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는 대통령의 압박을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의장이 여야 간 협상을 통해 법안을 조정하도록 독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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