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문화계 되감아 보기]<2>한국 영화계 ‘우리끼리 어워드’
올해 나온 1000만 영화 4편 중 3편이 한국 영화였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전개로 향수를 불러일으킨 ‘국제시장’, ‘일제강점기 영화는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깬 ‘암살’, 안하무인 재벌 3세를 응징하는 줄거리로 관객들의 가슴을 뻥 뚫어준 ‘베테랑’(위쪽 사진부터)이다. 동아일보DB
▽최고의 각색 상=한국 현대사를 돌아본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극비수사’ ‘사도’ ‘소수의견’ 등 역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많았다. ‘연평해전’처럼 실제 사건을 충실히 반영하거나, ‘간신’처럼 섹시하게 풀어내는 등 방법도 다양했다. 최고의 각색은 일제강점기를 흥미진진한 활극으로 풀어내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면 실패한다’는 충무로 속설을 깬 ‘암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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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등 100개 켠 미모 상=여배우들이 활약한 한 해였다. 문채원이 왈가닥 매력으로 승부한 ‘오늘의 연애’, 한효주를 위한, 한효주에 의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가 분발했지만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 안경을 껴도, 거적때기 군복을 입어도, 그녀의 피부에선 형광등 심은 듯 빛이 났다. 대륙의 여신, 전.지.현.
▽걸크러시 상=같은 여성에게도 ‘심쿵’을 유발하는 터프한 언니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일사 등이 할리우드 대표 ‘센 언니’였다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은 세탁기와 빗자루, 명함 등을 이용한 섬뜩한 ‘알바’ 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두둑한 뱃살에 산발한 머리, 식칼 액션으로 무장한 ‘차이나타운’의 김혜수가 가장 강렬했다.
▽신출귀몰 상=유해진, 배성우, 진경 등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 배우들이 많았다. 이경영은 올해도 10여 편에 출연하며 최다 출연자에게 주는 ‘올해의 이경영 상’ 제정 필요성에 다시 한번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신 내린 흥행 ‘감’을 보여준 배우는 따로 있었다.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으로 4000만 관객을 기록한 ‘천만요정’ 오달수다.
▽구관이 명관 상=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편이 많이 개봉한 만큼 해외 스타들의 내한도 잦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번스, 마크 러펄로(이상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아널드 슈워제네거, 에밀리아 클라크(이상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토머스 생스터, 이기홍(이상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등이다. 최고의 내한 스타는 한국 팬들에게 남긴 자필 편지 마지막에 삐뚤빼뚤한 한글로 서명을 해준 ‘톰 형님’(‘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일 듯.
▽베스트 코스튬 상=‘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며 양복점에 본부를 차린 ‘킹스맨’에서 이미 눈치 챘다. 올해는 ‘코스튬 플레이’의 해가 될 거라는 걸. 위아래 쫄쫄이 챙겨 입은 슈퍼 히어로들의 향연(‘어벤져스2’)도 인상적이었지만 최고는 역시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이 입은 사제복이다. ‘성스러운 섹시함’이라는 형용모순을 가능케 하는 기적으로 갖은 간증을 끌어냈다. 강조한다. 그냥 사제복 아니고 ‘강동원이 입은 사제복’이다.
▽끝내주는 한마디 상=‘베테랑’은 상세한 용어 설명으로 전 국민의 일반상식 증진에 기여한 “어이가 없네∼”, 배우 강수연의 평소 말버릇을 공짜로 빌려 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배우 마동석이 ‘귀요미’ 매력을 터뜨린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등 ‘명대사 밭’이었다. 하지만 11월 개봉한 ‘내부자들’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병헌의 애드리브로 탄생한 “모히토에서 몰디브나 마실까”다. 영화도 살리고 이병헌 본인도 살린, 최고의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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