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이라고 해서 여성 참정권이 수월하게 주어진 건 아니다. 여성들이 1908년부터 참정권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인 끝에 1920년 참정권을 보장받는 수정헌법이 비준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남자들을 대신해 공장과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한 대가였다. 1870년 흑인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지 50년 만이니 ‘흑인 밑에 여성’이란 말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성 참정권은 이처럼 피눈물 끝에 얻어진 것이다.
▷참정권의 섬처럼 남아있던 중동 국가, 그중에서도 여성 혼자 운전도 못 하게 하는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첫 선거가 치러졌다. 건국 84년 만에 처음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 12일 지방선거를 통해 최소 20명의 여성의원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등록한 여성 유권자가 전체 여성의 2%, 여성 당선자는 전체 의원의 1%에 불과하지만 979명의 여성이 출마했고 여성 투표율은 82%를 기록해 열기만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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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