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내놓은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의 예상 배출량(BAU)’ 대비 37% 감축 목표 달성 시한은 2030년. 환경부는 “앞으로 5년마다 더 강화된 감축 목표와 함께 구체적인 이행 보고서를 내놓아야 한다”며 “추가로 감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등을 포함해 국내 상황을 전면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산 넘어,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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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의 반발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으로 꼽힌다. 국내 제조업 비중은 32%로 선진국에 비해 높은 데다 이미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라는 게 산업계의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와 38개 주요 업체는 6월 “현실을 외면하고 국제 여론만 의식한 정책이 한국을 저성장 늪에 빠뜨릴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이지만 배출 비중으로 따져보면 중국(28%)이나 미국(15%)보다 훨씬 낮은 1.4%에 그친다는 것도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안병옥 소장은 “철강 등 일부 업종은 어렵겠지만 발전업계가 아닌 산업계에서 무조건 ‘힘들다’고 하는 부분은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이라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감축할 여지도 꽤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투자해야 할 비용의 문제”라며 “정부가 세제 개혁과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산업계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처 간 불협화음도 문제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정부 내의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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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2010년 환경부 산하에 만들어진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 검증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기관 중 하나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초 이 센터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환경부가 해오던 기업별 배출권 할당 업무는 기획재정부가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정책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주무 부처의 업무를 떼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런 구조적 변화가 결과적으로 산업계의 논리를 더 반영하기 쉬운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환경부 안팎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강한 입단속으로 더이상 논의가 이어지지는 못했다.
환경부와 산업부, 기재부는 앞서 저탄소협력금 제도를 놓고도 마찰을 빚어 사실상 시행이 무산됐다. 한 관계자는 “향후 업무 조정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감축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더딘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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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기차의 경우 이미 2009년 ‘2020년까지 100만 대 목표’를 설정했지만 현재까지 불과 6000대가 보급됐을 뿐이다. 이 중 절반인 3000대는 제주도에 몰려 있다. 더구나 셰일가스 공급과 저유가 흐름 속에 전기차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도 용지 선정 및 기술투자 등의 문제로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현재 전체의 1.1%도 안 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송영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에너지 비용이 싸고 시장이 작은 한계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파리 협정의 발효가 눈앞에 다가온 만큼 에너지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본격화할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