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이 극적 반전 드라마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방폐장 용지 선정의 결정적 계기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별법에는 중·저준위와 고준위를 나눠 중·저준위 방폐장을 짓는 곳에는 고준위 방폐장을 짓지 않도록 하고 지역 지원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명문화했다. 법률을 통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을 뒤집을 수 없게 한 것이다. 탈락 지역에서도 매우 높은 주민투표 찬성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단지 경제적 지원책뿐만 아니라 이렇게 국가적 책임을 법적으로 보장했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방폐장 용지가 경주로 결정된 지도 10년이 넘어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때 미뤄뒀던 고준위 방폐물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현재 각 원전에 보관 중이지만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2018년 월성, 2019년 한빛 등 각 원전 포화 시점이 목전이다. 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전체 발전량의 27%가 넘는 원전을 멈추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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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폐물인 사용후핵연료와 관련된 모든 논의의 출발은 관련 법제정 논의다. 법률안 제정을 하면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는 현행 법체계에서는 법률 제정 과정만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이후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한다면 이미 늦었다. 우리에게 더 이상 미룰 시간은 없다.
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