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ICA 지원 ‘야운데 응급센터’ 6개월 전문의 등 18명 현지서 활동 “의료시스템 대대적 개혁”
2일 오후(현지 시간) 카메룬 수도 야운데 시에 위치한 ‘야운데 국립응급의료센터’에서 정중식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카메룬 현지 의료진과 함께 응급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올 6월 개원한 야운데 국립응급의료센터에서는 정 씨를 포함한 한국 의료진 18명이 24시간 3교대로 현지 의료진과 함께 응급 환자를 돌보고 있다. 야운데=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클로드 씨는 가까스로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병원 측은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출혈이 계속되는 가운데 클로드 씨는 야운데 국립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고 3시간가량 응급수술을 받고서야 겨우 위기를 넘겼다. 2일 국립응급의료센터 준중환자실에서 만난 클로드 씨는 “만약 이곳으로 오지 않았으면 난 이미 죽었을 것”이라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카메룬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1200달러(약 141만 원)에 불과한 나라다.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가 1명 정도일 정도로 의료 환경이 열악하다. 특히 응급의료 시스템은 전무하다. 카메룬 제1의 국공립 의료기관인 중앙병원 응급실에는 아직도 산소호흡기나 심전도 측정기 등 기본적인 치료장비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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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뿐 아니라 한국 의료진이 카메룬 현지 의료진과 함께 활동하며 한국의 의학을 전수해주고 있다. 12월 현재 야운데 응급센터에는 KOICA에서 파견한 응급의학 전문의와 간호사 12명 등 18명의 한국 의료진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며 수술과 진료, 간호 등 응급의료 전 과정에 참여하며 카메룬 의료진 287명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병원 경영 전문가도 현지에서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카메룬 의료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였던 ‘선지불 후진료’ 방식 대신 선진료 후지불 방식을 도입해 누구든 응급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출신으로 현재 야운데 응급센터 부원장을 맡고 있는 정중식 ODA 전문가는 “단지 병원을 지어주는 게 아니라 응급의료진 양성과 시스템 도입 등 현대화된 응급의학을 카메룬에 정착시키는 게 진짜 목표”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내년부터 야운데 1대학 의과대학에 교육 커리큘럼 개발과 강사 양성 등의 지원을 할 예정이다.
카메룬 보건당국은 한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현지 의료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에툰디 카메룬 질병관리본부장은 “에볼라 등 감염성 질병이 많은 아프리카에서 응급센터는 의료진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며 “야운데 응급센터의 성공을 토대로 앞으로 짓게 될 국공립 병원에는 모두 응급센터를 갖추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야운데=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