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생애 첫 ‘평균자책점 상’을 받은 뒤 양현종(KIA·27)은 갓난쟁이 딸도, 결혼식을 앞둔 아내도 아닌 ‘두환이’의 이름을 불렀다. “하늘에 있는 제 친구 두환이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라고.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대회에서 김광현(SK)은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양현종은 최우수 좌완투수상을 받았다. 당시 최우수 1루수상을 받았던 이두환은 프로무대에서 단 하나의 홈런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양현종은 “두환이의 프로 두 번째 안타는 저한테 쳤어요. 자기가 처음 선발로 나가니까 볼 하나만 좋게 달라고 하더라고요. 삼진이랑 범타로 잡아서 놀리려고 했었는데 밋밋한 공을 안 놓치고 바로 안타를 치더라고요.”
청소년대표시절 함께 우승일 일궜던 88둥이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20일 ‘일일주점’을 연다. 수익금은 소아암, 혈액암 환자들을 위해 전액 기부한다. “벌써 10년이네요. 친구들한테 고맙죠. 고3 때 약속했거든요. 해마다 한번은 꼭 만나자고.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해요. 두환이 기일(21일) 맞춰서 다 (서울로) 올라오거든요.”
양현종의 모자에는 늘 이두환의 이니셜(DH)이 새겨져있다. “새로 받으면 바로 적어요. 늘 첫 훈련 전날 모자에 쓰면서 생각 많이 해요. 저만큼이나 팬들도 생각했으면 하고 새겼는데 생각보다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해요.”
임보미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