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만화 ‘오후 네시의 생활력’
신간 ‘오후 네 시의 생활력’을 펴낸 만화가 김성희 씨는 “그림을 따로 배운 적은 없다. 고2 때 야외 사생 나가서 장난치다 실수로 땅을 파랗게, 하늘을 갈색으로 칠했는데 ‘참신하다’고 칭찬받아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sajinman@donga.com
무슨 말일까. 마흔 살 만화가 김성희 씨는 서문에서 자기 나이에 대해 “불혹(不惑)이라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알 수 없는 것 많은, 늦었다는 생각에 자꾸 뭔가 박차를 가하게 되는, 오후 네 시 같은 시기”라고 썼다.
완숙하지 못한 채 마흔을 맞이한 몸과 마음을 가누고 달래며 살아가는 이야기. 문학 블로그 ‘창문’에 지난해 말부터 10개월간 연재하다가 마무리 구상이 막혀 연재를 중단하고 최근 발간한 책에서 결말을 냈다.
고교 교사인 주인공은 자퇴한 옛 제자와 5년 만에 재회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제자나, 사립고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주인공이나 각자의 삶이 버겁긴 마찬가지다. 창비 제공
“나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지만 선택한 일과 삶을 납득하며 살고 있다. 내 고통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가하지 않으려고 견뎌내며 얻는 어떤 낙관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를 보태준 모든 이가 스스로를 납득하며 살아간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삶에 대한 희망적 태도를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결말에서 암시한 해답은 ‘관계’다. 주인공은 바다에 들어가 잠깐 방심하다 물살에 휩쓸려 정신을 잃는다. 만화 연재 중에 실제로 바닷물에 빠졌던 작가는 ‘오래전에 몸에 익힌 수영 기술을 왜 한순간 잊었을까’ 궁금했다.
“허우적대는 나를 건져낸 남자친구와 대화하며 깨달았다. 삶의 무게를 버텨내는 건 내 몸이지만, 내 몸에 그걸 버텨낼 힘과 기술이 있음을 믿고 깨우쳐주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것. 사람의 몸은 현재를 살아내기 위해, 노동만을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다. 건강은 중요하지만 건강하려고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나름대로 겪어 익힌 생활력’으로 각자의 삶을 지탱한다. 그 힘에 사회가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