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거래량 2014년보다 12.7% 감소
올해 부동산 열기를 이끌었던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시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매매거래량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감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부터 슬슬 얼어붙는 신호”라는 관측과 “일시적 위축”이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겨울방학 이후 새 학기를 준비하는 학부모들의 이주 움직임을 보면 강남 아파트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8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강남3구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월과 10월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22.2%, 12.7% 감소했다. 주택시장 성수기인데도 가장 몸값이 높은 강남3구 아파트가 오히려 시장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2월 첫 주 강남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강남구 아파트 값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말(―0.02%) 이후 1년여 만이다. 강남3구 공인중개소 사이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지난해 ‘9·1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으로 유턴하는 게 아니냐”며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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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규제가 내년에 강해질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고가의 강남 아파트 매매를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 집을 사면 대출 규제가 시작되는 내년에 잔금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학사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무지개아파트가 12억500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집 사겠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내년에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이후 투자자들이 집 사길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불경기로 인해 강남권 학원가를 찾아오는 수요자들이 줄어든 점도 강남권 아파트 거래 둔화에 한몫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비싼 강남권 학원가를 고집하는 학부모들이 줄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학원가의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경쟁은 치열한데 학생은 많지 않아 재수학원이나 단과반을 운영하는 작은 학원들이 평수를 줄여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며 “건물주가 학원을 내보내고 사무실을 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계적인 착시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9·1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거래량이 갑자기 늘어나다 보니 올해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더 감소한 듯이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경기 변화에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는 강남권 시장이 위축되자 일각에서는 수도권 부동산시장으로 침체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재건축조합만 조직된 사업 초기의 재건축 아파트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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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 achim@donga.com·천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