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사 ‘3, 4세 장남’ 전면에
막바지에 접어든 그룹별 연말 인사에서 오너가(家) 3, 4세 경영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재계 1위인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7)으로의 경영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다른 기업들도 후계 경영인들을 앞다퉈 경영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 중책 맡긴 뒤 성공하면 승진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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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전무는 2013년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입사했다가 지난해 상무, 올해 전무로 매년 한 계단씩 승진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이 이번 승진의 배경이었다.
각 그룹은 이처럼 후세 경영인들에게 실적을 쌓을 기회를 적극적으로 준 뒤 이를 발판으로 사내 영향력을 키워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가 예년보다 3, 4세 경영인의 승진 폭이 더 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재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그룹 경영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놓이면서 오너가의 책임 경영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 삼성의 승계 가시화 영향받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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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은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36)을 ㈜두산 면세점사업 부문의 전략담당 전무로 선임했다.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43)을 총괄사장에 임명하면서 ‘정용진 부회장(47)-정유경 사장’의 남매 경영 시대를 열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40)은 올 초 항공 정보기술(IT) 전문계열사인 아시아나세이버의 대표이사를 맡았고,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31)도 이번 인사에서 신규 임원이 됐다.
○ 내년이 마지막 승계 기회라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각 기업이 경영 승계 작업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2017년 말 치러질 대선을 꼽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침체되자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친(親)기업 정서’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는 2012년과 같이 ‘경제 민주화’가 다시 핵심 이슈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선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내년이 경영권 승계의 마지막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고 전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최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