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카카오, 인터넷은행 사업전략 공개… 혁신성 경쟁 첫 포문
20대 대학생 B 씨는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개설한 뒤 모든 금융거래를 카카오톡에서 처리한다. 대화를 나누다 빌렸던 돈을 대화창 아래 ‘카카오뱅크’를 클릭해 보내고 카카오톡으로 날아온 공과금 고지서를 보고 공과금을 납부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K-뱅크와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이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금융거래 청사진을 제시하며 금융권의 빅뱅을 예고했다. 두 컨소시엄의 전략을 들어보면 스마트폰이 낯선 50, 60대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K-뱅크에, 20, 30대 젊은층은 카카오뱅크에 매력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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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나란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두 사업자의 전략은 확연히 달랐다. K-뱅크는 주주사들의 다양한 오프라인 기반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점포가 없다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를 무인점포로 해결할 계획이다. GS25의 전국 편의점 1만여 곳, 우리은행 ATM 7000여 대, KT의 공중전화 부스 1000여 개를 활용해 K-뱅크의 고객들이 편리하게 금융생활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 ATM을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7%가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내세웠다. 카카오톡으로 공과금을 납부하고, 24시간 금융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혁신적인 간편 결제시스템도 만들기로 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고객과 판매자를 직접 연결해 밴(VAN)사나 신용카드사의 수수료를 아예 없앤다는 구상이다. 소규모 전월세 보증금 담보대출 등 틈새시장도 공략한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가 완화되면 주주 구성에는 일부 변화가 생긴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용우 전무는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현재 10%의 지분을 갖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로 올라서고 50%의 지분을 보유할 예정인 한국투자금융이 2대주주가 된다”고 밝혔다. KT 김인회 전무는 “3년 이내 K-뱅크가 증자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현재 8%인 KT의 지분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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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의 향후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을 4%(의결권 기준)로 꽁꽁 묶어 놓은 상황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와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예측도 적지 않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 측은 이날 각각 손익분기점 달성 시점을 3년, 6년 후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각종 금융사고나 신용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바로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쏟아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욕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유재동·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