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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자동부의’ 믿고 배짱 부리는 기재부

입력 | 2015-11-30 03:00:00

[예산안 처리시한 D-2]
선진화법 따라 12월 1일 정부案 본회의에… 여야 ‘부결뒤 수정案 통과’ 꼼수 쓸듯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국회 선진화법의 ‘자동부의제’를 믿고 예산 및 세법 조율에 소극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가 예산안과 관련한 이해관계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여야가 정해진 기간 내에 합의하지 못하면 우리가 당초 결정한 예산안대로 통과된다’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여야는 막바지 예산안 및 세법개정안을 심의하고 있지만 정치성 예산과 세제 혜택이 담긴 예산 부수법안에 이견을 보이면서 난항이 거듭되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이달 30일에서 내달 1일로 넘어가는 자정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각각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1일에 정부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본회의 처리시한은 2일까지다. 이 때문에 “연말까지 예산안만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읍소하던 정부가 “시간은 내 편”이라고 버티는 모습은 심사 과정에서 종종 목격된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28일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소(小小)위에서 “간사직을 던지겠다”고 자리를 박차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여야가 공감대를 모은 몇몇 복지사업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김 의원에게 기재부 박춘섭 예산실장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강하게 버틴 것이다.

기재부의 이런 모습은 올해 예산 및 세법 심의 과정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조세소위의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은 업무용 차량에 대한 경비 인정 상한선을 설정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면서 이를 반영해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기재부에 요구했다. 기재부의 세법개정안으로는 수억 원에 이르는 고가 업무용 차량이 과도한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기재부는 “통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조세소위 막판에야 별도의 운행일지를 작성하지 않아도 연간 1000만 원까지 비용을 인정하되 매년 남은 비용의 처리를 이듬해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가 요구한 ‘상한선 설정’을 우회적으로 피한 내용이었다. 조세소위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못한 꼼수’라며 재수정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할 만큼 했다”며 후속조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여야는 29일 조세소위에서 경비처리 인정한도를 800만 원으로 줄인 수준에서 잠정 합의했다.

자동부의제를 무기로 은근히 국회에 ‘갑질’ 하는 모습도 발견됐다. 기재부가 최근 예결위 소속 의원들에게 증액예산에 반영할 사업을 1인당 5개씩 순번을 정해 알려달라는 e메일을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별도로 기재부가 예산안 통과와 관련해 원칙이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기재부는 기부금 공제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이미 충분히 공제를 해주고 있고, 의료비·교육비·보험료 등 다른 항목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적극 반박에 나섰다. 특히 이달 초 새누리당 주최로 열린 ‘나눔경제특별위원회’ 회의에선 “최소한 2∼3년은 세액공제율을 조정하지 않고 현재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조세소위가 고액 기부자의 세액공제율을 현행 25%에서 3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제대로 반대조차 하지 않은 채 받아들였다. 여야는 국회선진화법 적용 첫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안을 부의한 뒤 그 사이 여야 합의로 수정안을 만들어 12월 2일 본회의에서 정부안을 부결시키고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반칙’을 할 예정이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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