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작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한길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 안 의원이 창당을 준비하던 새정치연합이 합친 것도 인간사로 보면 혼인이나 다름없다. 당시 안 의원은 혼수를 톡톡히 챙겼다. 민주당에 비해 정치세가 보잘것없음에도 합당 형식을 취해 공동대표라는 대등한 직함도 얻었다. 새 당의 이름은 물론이고 강령에까지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때 그 나름의 지분도 행사했다. 그러나 달콤했던 신혼은 고작 4개월 만에 끝났다.
▷정치세력 간의 결합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지속되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이해를 조정해 어음처럼 주고받은 합의가 혼수다. 김영삼 정권을 탄생시킨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도, 김대중 정권을 탄생시킨 DJP(김대중-김종필)연합도 크게 보면 혼수 때문에 깨졌다. ‘내각제 약속’이란 혼수가 서로를 묶었고, 부도가 나자 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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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