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발생한 대우조선해양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화재 때 50대 여성 수습직원이 발빠른 대처로 참사를 막고 자신은 숨진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경남 거제경찰서와 대우조선 노조에 따르면 당시 불이 나기 직전 LPG 운반선 탱크에는 130여 명의 근로자가 작업 중이었다. 오전 10시 40분경 시커먼 연기가 곳곳에 퍼지자 협력업체 근로자인 장숙희 씨(51)는 어두운 탱크 안을 다급히 돌며 “불이 났다”고 외치고 대피용 호루라기를 불었다. 장 씨는 평소 화재 원인이 될 만한 물질을 제거하고 불이 났을 때 근로자를 대피시키는 ‘화재감시자’를 맡고 있었다. 탱크 내부는 칸막이가 많고 비좁아 불이 나도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장 씨의 기민한 대응으로 대부분의 근로자가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장 씨는 다른 근로자 1명과 함께 결국 숨졌다. 부상자는 6명이었다. 당시 탱크에서 일하던 한 근로자는 경찰 조사에서 “작업을 마칠 무렵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불이야’라는 고함이 들려 곧바로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직원 여러 명도 비슷한 내용을 증언했다. 대우조선 심경훈 과장은 “합동조사에서 장 씨가 자신의 임무를 정확히 수행한 정황이 나타났다”며 “조사가 끝나면 보다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