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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호 하던 일용근로자 숨지게한 뺑소니범 검거

입력 | 2015-11-20 14:13:00


19일 오후 5시 15분 전남 장흥군 부산면 호계터널 입구. 가을비를 맞으며 일용근로자 박모 씨(48)가 2차선에 세워진 1t트럭 앞에서 빨간 안전봉을 흔들며 수신호를 하고 있었다. 박 씨는 터널 안에서 근로자 4,5명이 전기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주행 차량들에게 알려주며 ‘서행’을 유도했다.

박 씨가 안전봉으로 수신호를 보내고 있던 순간 승용차 1대가 1차선과 2차선을 오락가락하며 운행했다. 그 차량은 박 씨를 들이받은 뒤 그대로 달아났다. 일용근로자인 박 씨는 사고 현장에서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사고현장을 운행하던 다른 승용차의 블랙박스에서 용의 차량 번호를 확인한 뒤 운전자가 이모 씨(33)라는 것을 6시간 만에 밝혀냈다.

전남 장흥경찰서는 박 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로 이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씨는 경찰서에 자진 출석할 당시 술을 마신 상황이었다. 경찰이 이 씨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해보니 혈중알코올 농도 0.093% 상태였다. 이 씨는 전남의 한 지자체 무기 계약직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경찰에서 “사고 당시 사람이 아닌 벽을 스친 것으로 생각했다. 술은 사고 이후 술집 두 곳을 돌아다니며 마셨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씨가 사고 당시 음주운전을 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장흥=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