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와의 세계대전] [검거작전 벌어진 생드니 현장]전승훈 특파원 르포
전승훈 특파원
아파트 주변은 작전이 종료됐는데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용의자 2명이 사망하고, 8명이 체포된 현장인 이 아파트는 파리의 수호성인을 기리는 생드니 대성당에서 불과 200m 떨어진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다. 7시간 넘게 총소리와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들은 주민들은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며 공포에 떨었다.
○ 유리창 모두 박살나
목격자들에 따르면 경찰이 3층 아파트를 완전히 포위했던 오전 6시경, 긴 금발머리의 한 여성이 창문 뒤에 숨어 손을 흔들며 “도와줘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현지 TFI TV가 입수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경찰이 “네 친구(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는 어디 갔냐”고 두 번 물었고 그때마다 여성은 “그는 내 친구가 아니다”고 외쳤다. 한 목격자는 “경찰과 대화하는 여인의 손이 잠깐잠깐 보이지 않았는데 어디론가 전화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손을 들고 창문에 서지 않으면 사살하겠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방 안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여성이 자살폭탄 벨트를 터뜨린 것. 목격자들은 폭발과 함께 살점이 섞인 건물 잔해들이 거리에 떨어졌다고 했다. 르파리지앵은 아파트 바닥 일부가 무너질 정도로 폭발이 강력했다고 전했다.
이 여인은 아바우드의 사촌 아스나 아이트불라센(26)이었다. 평범한 건설회사 직원이었지만 이번 파리 테러 과정에서 테러범들을 은신시켜 주었다. 자살폭탄 테러가 있고 나서도 경찰은 건물로 즉각 진입하지 못했다. 누군가 경찰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한 것. 폭발음만 10번 넘게 들렸다고 이웃 주민들은 증언했다. 총격전은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경찰이 수색 작전 이후 7시간 동안 퍼부은 총탄은 5000발이 넘었다.
저항하던 테러범이 저격수의 총에 맞아 쓰러진 뒤에야 경찰은 진입에 성공했다. 장미셸 포베르그 프랑스 경찰특공대(RAID·레드) 대장은 “아파트 문이 강화 철제문으로 봉쇄돼 있었고 뒤에 무거운 바퀴 같은 것으로 바리케이드까지 쳐놓아 폭발물을 터뜨린 후에야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고 르피가로에 말했다. 경찰은 사망한 두 명의 시신이 모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 “총격전 영상 팔겠다” 흥정
이날 생드니 길거리에서는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을 쓴 여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북아프리카계 이민자 집단 거주지역인 이곳은 청년 실업률이 50%에 이르고 범죄율이 가장 높은 최악의 우범지대다. 폭력 사건 발생률도 1000명당 31건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2005년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했던 ‘파리 폭동’도 인근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 쿠아시 형제도 이 지역에 살았다.
총 39가구가 있는 문제의 아파트는 마약과 총기 거래, 매춘으로 악명이 높았다. 생드니 학부모 대표인 그레구아르 반뒤플 씨(48)는 “동네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가지 않고, 이 주변을 서성이며 대마초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취재 도중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기자에게 다가오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테러범들이 경찰에 체포돼 나오는 영상을 우리 집 창문에서 찍었다. 20∼30유로에 팔겠다”며 흥정을 하려고 했다. 히잡을 쓴 한 할머니는 “나와 인터뷰하려면 돈을 먼저 달라”고 말했다.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