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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역중 무기수 첫 재심 받는다

입력 | 2015-11-19 03:00:00

‘아버지 살해’ 15년째 수감생활 30대 女
법원 “단독 압수수색-강제 현장검증… 경찰 수사절차상 문제 있었다”
무죄 주장 새 증거는 수용안해




아버지를 살해한 패륜녀인가, 누명을 쓴 가련한 딸인가.

15년째 이어진 친부살인 사건의 진실이 법정에서 다시 가려진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18일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2001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신혜 씨(38·여)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복역 중인 무기수의 재심은 처음이다. 앞으로 법원은 김 씨 사건을 다시 재판해 유무죄를 판단한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의 가장 큰 이유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꼽았다. 당시 전남 완도경찰서 소속 강모 경장은 2000년 3월 9일 오전 9시 반 김 씨의 서울 강남 집을 혼자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때는 다른 경찰관 1명이 입회해야 하지만 강 경장은 친구를 참여시켜 ‘살인 노트’를 확보했다. 또 경찰은 2000년 3월 13일 김 씨를 상대로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현장검증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씨 변호인의 무죄 주장 근거인 기존 증거·증언 하자나 새 증거 제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씨의 변호인 측은 “재심 결정은 났지만 억울한 김 씨의 무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국민 참여재판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2000∼2001년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김 씨가 진범이고 치밀하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번 결정에 대한 항고를 저울질하고 있다.

앞서 검경은 2000년 3월 7일 김 씨가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아버지(당시 52세·장애인) 집에서 ‘간에 좋은 약’이라며 수면제 30알과 양주를 아버지에게 먹였다고 발표했다. 김 씨는 이후 아버지를 승용차에 태우고 돌아다니다 숨지자 같은 날 오전 4시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시신을 버렸다는 것이 당시 수사 결과다.

김 씨는 이틀 후인 3월 9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김 씨의 범행 동기로 아버지 명의로 보험 8개를 가입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 8억 원을 타내려 했다는 것. 또 김 씨가 아버지로부터 평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했다. 김 씨는 2000년 8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이듬해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김 씨의 사연을 접한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은 올 1월 재판부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률구조단은 재심 청구 이유로 수사 절차상 하자 외에 “김 씨 아버지의 시신에서 다량의 수면제 복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 씨가 아버지의 장애를 알리지 않아 보험금을 받을 수 없었다” “친척의 조언에 따라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등을 제시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광주지검 해남지청과 전남지방경찰청은 ‘수사 절차상 하자는 있었지만 김 씨가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김 씨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외부로 반출한 만화책에 당시 애인 한모 씨에게 ‘범행 시간대에 같이 있었다고 거짓말을 해 달라’고 적은 편지가 들어 있었고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이 적힌 살인 노트의 내용대로 범행이 실행됐기 때문이다. 2000∼2001년 재판 당시 수사 절차상 하자도 거론됐지만 결국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해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