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룡 교원대 교수 발표,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 진행 10개 지역에 황새아랫마을 조성, 논농사 마을에 한쌍씩 방사 추진
올 9월 3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 황새공원에서 복원된 황새들이 방사되고 있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황새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아일보 DB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박시룡 교수는 “황새 마을이 있는 충남 예산을 중심으로 한 ‘전남-전북 권역’을 제1권역으로, 충북 진천군을 중심으로 한 경북-경남 권역을 제2권역으로, 그리고 인천 강화군, 북한 황해도, 비무장지대(DMZ)를 제3권역으로 해 황새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제1권역의 황새는 겨울철 중국 양쯔(揚子) 강 유역까지, 제2권역은 일본 후쿠오카(福岡)까지, 제3권역은 남한으로 내려와 제1, 2권역 황새들과 합류한다.
박 교수는 “‘황새 아랫마을 조성 사업’으로 명명한 이 사업은 과거 한반도에 북한을 포함해 적어도 50곳의 황새 번식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조상들이 물려준 황새 서식지와 아름답고 풍요한 땅과 자연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은 내년 1월부터 시작해 2025년까지 진행되며, 이 기간에 한반도 10개 지역에 황새아랫마을을 만들 계획이다.
특히 ‘제3권역’은 통일을 대비한 전략으로 추진된다. 인천 강화도 교동도에 황새 야생 복귀 거점 시설을 마련한 뒤 2017년부터 황새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아 과거 번식지였던 황해도 배천군과 평산군, 그리고 과거 한반도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았던 연백평야, DMZ 등을 대상으로 야생 복귀를 실시한다. 현재 북한에서도 황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북한의 과거 황새 번식지는 황해남도 배천군과 황해북도 평산군, 그리고 함경북도 김책시 등이며 1970년 이후 모두 사라진 상태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방사한 황새들이 대부분 북한의 황해도 과거 번식지와 DMZ 내 습지를 이용할 것으로 보고 방사 직후 국제 황새 복원 전문가들과 함께 북한의 황새 서식지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만약 이 조사가 이뤄지면 북한에 인공 둥지 설치와 친환경 농업 지원 계획을 마련해 앞으로 제3권역을 ‘황새 에코로드’로 만들 구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이 지역을 남북한이 함께 ‘황새 평화에코뮤지엄’으로 만들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안을 마련해 국내외 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29일 일본 도쿄도 미술관 강의홀에서 열리는 ‘일본 황새 야생 복원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 사업을 설명하고 국제적인 연대를 호소할 계획이다.
황새는 습지 먹이사슬의 최강자이면서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농촌 어디서나 번식하던 텃새였지만 농촌 생태계 훼손으로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으로 한 쌍이 발견됐지만(1971년 4월 1일 자 1면 동아일보 특종 보도) 이 가운데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은 뒤 ‘암컷 황새’마저 1994년 9월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국내에서 완전히 멸종됐다. 국제 보호조류로 멸종위기 Ⅰ급 동물로 지정될 만큼 ‘귀한’ 존재가 됐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