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주도하는 창업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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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는 2008년부터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Campus CEO’라는 교양과목을 개설해 창업이론과 실전 중심의 창업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00여 명의 수료생과 20여 개의 창업기업을 배출한 대표적인 창업 프로그램이다.
이 과목을 듣는 학생들은 수업마다 앱 개발업체 대표 등 기업가들을 만나 창업 아이디어를 논의한다. 창업에 대해서 막연한 생각을 가졌던 학생들도 이들 기업가의 멘토링을 받으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어지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알 수 없어 사업화가 막연했던 학부생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수업이다. 다른 학부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창업 아이디어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소중하다.
특히 이공계열이 중심이 되는 기술 기반 창업의 경우에는 ‘창의설계 프로그램 교육’으로 보다 강화된 지원이 들어간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경우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떤 사업 아이템이 시장에서 독점적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 수익성을 가질 수 있는지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학생이 많기 때문. 창의설계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전문가와 기업가들이 투입돼 이틀 동안 머리를 맞대고 아이템을 발굴하면서 아이디어가 어떻게 사업으로 구체화되는지 체험할 수 있다.
여기서 발굴한 우수 창업 아이디어는 창의연구과제 공모전을 통해 시상하고, 수상팀에는 창업공간을 제공하고 시제품 제작비도 우선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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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주에 걸쳐 진행되는 해당 과목은 첫 4주간은 연구개발에 대한 기초방법론(연구개발 기획방법론, 수행방법론 등)을 배운다. 그 다음 4주간은 실전과정(지식재산 정보검색, 특허설계)으로 운영하는데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특허권리의 중요성을 체험한다. 세 번째 단계는 기술 또는 지식재산을 사업화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며, 학생들은 팀을 이뤄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 4주 동안은 초안으로 만든 기술기반 사업계획을 전문가와의 일대일 코칭으로 다듬은 뒤, 경진대회를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탐색한다.
R&D CEO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총 22건의 창업 아이템이 나왔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티머니 결제수단이 장착된 팔찌 ‘T-Bangle’이다. 서울시 왕중왕전 사업화 부문에서 최우수상, 고려대 창업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현재 정식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목표가 분명한 창업교육
고려대가 지향하는 창업교육은 단기 목표에 집착하지 않는다. 바람직한 기업가정신을 갖춘 인재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가르치는 것이 특징이다. 1∼2년의 단기 경제성과가 아니라 지식사회로의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산학협력이 아니라 대학의 본연으로 돌아가 우리 사회의 지속성장에 기여하는 창업가를 길러내는 데 집중한다.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 대학이 선순환을 이끄는 리딩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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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두루 생각하면서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앞으로 이끌 수 있는 창업가를 길러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