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는 알카에다와 다른 ‘막가파’ 극장-식당서 일반인 무차별 살상… ‘상징물’ 겨냥한 알카에다와 차별
우선 테러의 주체가 다르다. 9·11테러 주체가 오사마 빈라덴이 이끌던 ‘정통파’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였다면 11·13테러 주체는 알카에다의 돌연변이로 탄생한 ‘막가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이다. 그만큼 테러 수법도 차별화된다. 9·11테러가 서방세계 정치와 경제의 상징물을 대상으로 항공기 자폭 테러를 저질렀다면 11·13테러는 축구장, 극장, 식당 같은 일상의 공간을 대상으로 마구잡이 총질과 폭탄 테러를 가했다. 전자가 하이테크(high-tech) 테러였다면 후자는 로테크(low-tech) 테러다. 전자가 ‘상징적 충격’에 초점을 맞췄다면 후자는 ‘일상적 공포’에 초점을 둔 것이다. ‘더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는 극도의 공포심을 조성하는 ‘소프트 타깃 테러’의 극치로 보인다.
소프트 타깃 테러는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한 장소나 사람을 겨냥한 테러를 말한다. 9·11 테러 이후 관광명소나 상징성이 강한 장소에 대한 경비가 강화되면서 소프트 타깃 테러는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길거리를 걸어가는 군인이나 경찰을 겨냥한다든지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처럼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을 겨냥한 폭탄테러 시도도 여러 번 있었다.
테러범들은 세 팀으로 나뉘어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사람이 많은 곳만을 노려 닥치는 대로 테러를 가했다. 8만여 명의 관중이 몰린 축구장 안으로 침투해 폭탄을 터뜨리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축구장 외곽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인파가 넘쳐나는 금요일 저녁 대로를 따라가며 식당과 카페에 총질을 해대다 록 콘서트장 안에 침입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남녀노소 누구든지 밥을 먹다가도, 운동경기나 공연을 보다가도 ‘걸리기만 하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만연하기를 노린 것이다. 서양에서 불길함을 상징하는 ‘13일의 금요일’을 택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