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하원의장 집무실은 별도로 제공된다. 그것도 내실(內室)이 딸린 제법 호화로운 집무실이다. 하지만 라이언 의장은 이를 마다하고 자신이 사용해 온 ‘롱워스 하우스’ 의원회관 내 사무실을 취임 후 그대로 쓰고 있다. 밤에는 퇴근도 하지 않고 간이침대에서 자면서 말이다. 평일에는 사무실에서 자고 주말엔 지역구인 위스콘신 주 제인즈빌로 돌아가 가족과 지내는 일상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며칠 전 가 본 그의 집무실은 안내 데스크 한쪽엔 보좌진 사무실, 다른 한쪽엔 3∼4평 규모의 의원 사무실이 있었는데 간이침대는 그 안에 있었다. 라이언 의장이 24시간 사무실에 머물며 간이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하원의장실이 언론에 ‘흘렸다’는 게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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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원의장실이 언론을 통해 이런 것을 알리는 과정을 보며 느낀 것은 남들도 다 하는 것을 자기만 하는 것처럼 포장한다기보다 ‘홍보 쇼’를 해서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노회한 중진들이 맡던 하원의장 역할 모델을 라이언 의장이 바꿀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정치 혐오를 줄여 보려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엇비슷한데 이에 대처하는 자세는 천지차이 같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