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등 포괄적 MOU 체결… 사우디 발주선박 수주 우선권 확보 정몽준 장남… ‘3세 경영’ 시동
11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본사에서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실 총괄부문장(왼쪽)과 알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은 11일(현지 시간)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정 상무와 알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람코와 포괄적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람코가 조선회사와 포괄적 MOU를 맺은 것은 처음이다. 이번 MOU를 계기로 두 회사는 조선, 선박용 엔진, 육상 플랜트, 전기전자 등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아람코 및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리와 함께 현지에 합작 조선소를 건설해 사우디에서 발주하는 선박에 대한 수주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베트남 현대비나신조선소에 이어 해외에서 건설되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두 번째 조선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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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상무는 이번 협력을 정 창업주가 지휘한 1976년 사우디 주베일 항 공사와 비교했다. 주베일 항 공사는 규모가 9억4460만 달러(약 1조 원)로 단일 업체가 맡은 공사로는 세계 최대였고, 당시 한국 예산의 절반이었다. 2차 오일쇼크 극복에도 큰 역할을 했다. 정 상무는 “한국 조선 플랜트 산업의 재도약 기회이자 사우디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세르 CEO는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회장 일가의 DNA”라고 말했다.
정 상무는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에 입사했으나 미국 유학 후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입사했다. 2013년 6월 현대중공업에 재입사했으며 지난해 10월 상무로 승진했다. 그는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3대 가스행사 중 하나인 ‘가스텍 2015’에 참가해 해외 선주들을 만나기도 했다.
정몽준 대주주가 2002년 경영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이 이끌던 현대중공업은 3세 경영에 신호탄을 울렸다. 그러나 정 상무의 승계 기반은 아직 취약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정 대주주가 현대중공업 주식 771만7769주(10.15%)를 보유한 반면 정 상무는 올해 3월 상여금으로 받은 53주가 보유 주식의 전부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