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1년 앞으로]<중>최대이슈로 떠오른 ‘경제 활성화’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이 캐치프레이즈가 2015년 대선 정국에서 다시 부상할 조짐을 보인다. 경제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04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9·11테러로 상징되는 안보 이슈로 재선에 성공했고,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슈는 ‘미국의 변화’였다.
○ 경제 이슈가 외교·사회 이슈 압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서인지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요 대선 주자는 하나같이 자신이야말로 ‘경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무장관을 지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외교 이슈가 자신의 주 종목이지만 각종 유세나 TV 토론에서는 복잡한 외교 이슈를 자제하고 자신이 중산층 살리기의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을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자 거부(巨富)’라고 소개하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반대하며 “미국의 국부(國富)가 중국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내가 당선되면 역사상 가장 훌륭한 ‘일자리 창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가 입만 열면 이야기하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도 결국은 주한미군 배치에 따른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경제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 같은 이슈라도 당별로 중요도 달라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어떤 주요 이슈를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공화당, 민주당 지지자들 간에 엇갈리고 있다. 같은 경제 이슈라도 각 당 지지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환경과 보건 이슈를 중요하게 평가했다. 환경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지자는 74%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지만, 공화당은 그 절반 수준인 37%였다. ‘오바마 케어’로 상징되는 보건 이슈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82%, 공화당은 66%로 큰 차이가 났다.
○ 인종 이슈도 뇌관
이와 함께 미국 사회의 아킬레스건인 인종 갈등 문제도 대선 정국에서 폭발력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양당 경선에 백인은 물론이고 히스패닉계(공화당 마코 루비오 후보), 흑인(공화당 벤 카슨 후보) 등 미국의 3대 주류 인종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퍼거슨 사태 후 인종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면서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대선 정국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벽을 세우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계기로 히스패닉 표심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그동안 급증하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워낙 정치에 대한 관심이 낮아 선거 때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트럼프 막말 파동을 계기로 미국 내 히스패닉 사회가 급격히 정치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최대 히스패닉계 방송인 ‘유니비전’ 등에선 트럼프 낙마 운동을 벌이는 등 대선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