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1집 30주년 맞아 인디 음악인들 헌정음반 11월 30일 발매
30일 발매될 들국화 헌정 앨범 표지(가안·위)와 1985년 나온 들국화 1집 앞면. CJ문화재단 제공
들국화 1집은 1985년 9월 나왔다.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등 거의 모든 수록 곡이 명곡으로, 음반은 한국 대중음악사 최고 명반으로 꼽힌다. 2001년 YB, 크라잉넛, 이승환 등 유명 음악인들이 ‘A Tribute to 들국화’를 냈지만, 이번 작업은 30년 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언더그라운드 정신을 현재의 ‘들국화’인 인디 음악인들이 계승한 앨범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음악인이 아닌 음반을 헌정 대상으로 삼은 앨범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해외에서는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 앨범을 플레이밍 립스, 거브트 뮬 등이 통째로 리메이크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선 유례가 없었다.
이번 헌정엔 2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까지 30여 명의 음악인이 참여했다. 외국인도 있다. ‘행진’을 리메이크한 해리빅버튼의 베이시스트 닐 스미스는 아일랜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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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와 타블라의 고즈넉한 두드림에 세류처럼 끼어드는 대금과 활로 연주되는 통기타…. 웬만한 노래 한 곡 길이인 3분 3초의 전주가 지나서야 익숙한 노랫말이 태동한다. ‘세상을 너무나 모른다고/나보고 그대는 얘기하지….’ 전인권의 탁성이 아닌 여성 보컬 권아신의 목소리. 통기타, 전기기타부터 거문고, 양금, 대금, 장구, 징 같은 국악기, 심벌, 타블라, 카혼, 카시시 같은 세계 각국 타악기, 각종 방울과 나무 열매까지 연주에 동원됐다.
들국화 1집 전곡을 리메이크한 ‘들국화 30’ 앨범에 참여한 음악인들. 최근 서울 상암동에 모여 포즈를 취한 이들은 “들국화 선배님들처럼 세월이 지나도 새롭게 피고 또 피어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CJ문화재단 제공
‘행진’은 묵직한 헤비메탈로 도배됐다. 해리빅버튼의 이성수는 “암울하고 답답한 이 시대 청춘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곡 앞뒤에 쇠사슬 소리도 넣어 포박된 상태에서 결행되는 힘겨운 행진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베이시스트 닐 스미스는 “한국에 와 들국화를 처음 듣고 어둡지만 동양적인 느낌 때문에 좋아했다. 헌정을 하게 돼 너무 영광스럽다”고 했다.
‘더 이상 내게’를 재해석한 블루파프리카는 “풀벌레 우는 소리를 직접 녹음해 넣고 연주와 노래에서 최대한 힘을 뺐다”고, ‘사랑일 뿐이야’를 연주한 코어매거진은 “멜로디의 힘이 뚜렷하므로 우리 편곡이 앞에 나오지 않도록 주의했다”고 했다. ‘우리의 소원’은 재즈 피아니스트 남메아리가 유려한 건반 연주로 재해석했다. 참여 음악인은 모두 CJ문화재단의 신인 발굴 프로그램 ‘CJ튠업’ 출신. 재단이 제작을 지원했다. CJ문화재단 측은 “국내 명반에 대한 헌정을 매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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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