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태어난 지라르는 파리 고문서학교에서 고문서학을 연구하다 1947년 미국으로 건너가 1995년 스탠퍼드대에서 은퇴할 때까지 50년 가까이 프랑스어문학을 가르쳤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문학작품 속에 숨어있는 인간의 모방욕망과 희생제의의 메커니즘을 추적해낸 문학이론에서 빛을 발했다. 인간의 욕망이 본원적인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는 모방욕망이며 이런 욕망이 결국 인류의 원초적이고 집단적 폭력의 기원이 된다는 이론이다. 이는 처녀작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1961년)부터 ‘폭력과 성스러움’(1972년), ‘세상이 만들어질 때부터 숨겨져 온 것’(1978년)에 담겨 있다.
지라르의 이론은 욕망의 주체와 대상에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이론과 달리 삼각구도로 이뤄진다. 욕망하는 나와 욕망의 대상, 그리고 그 욕망을 촉발시키고 부채질하는 ‘욕망의 짝패’로 이뤄진 이 삼각도는 문학과 심리학을 거쳐 신화 역사 종교로 확대되면서 문화인류학 이론으로 격상됐다. 인류가 모방욕망의 확대 재생산으로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면 이를 없애기 위해 무고한 희생양에 대한 집단폭력을 가한 뒤 곧바로 엄습하는 집단죄의식을 통해 평화와 안정을 되찾아는 ‘악마의 메커니즘’을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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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