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결 유지돼 양념간 맞아 … 맷돌로 갈면 화학적 변화 없이 입자만 작아져, 믹서기는 영양분 파괴해 맛 바꿔
누구나 어머니가 손수 손으로 찢어주신 김치를 얻어 먹은 추억이 있다. 손으로 찢은 김치를 먹다보면 가위나 칼로 김치를 자르는 것보다 맛있게 느껴진다.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된 연구나 실험은 없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정서적인 면과 배추 고유의 결에 원인을 찾는다.
배추로 김장김치를 담그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말부터다. 중국으로부터 포탄 모양의 속이 꽉 찬 결구배추를 들여오면서 지금과 같은 배추김치가 만들어졌다. 1894년 헌종 15년 문인이자 학자였던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에서는 ‘여름의 장 담그기와 겨울의 김치 담그기는 인가(人家) 일 년의 중요한 계획이다’고 적혀져 있다. 김치를 손으로 잘라 먹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이하연 한국김치협회 회장은 “김치를 담그면 표면이 얇은 잎은 염도가 높고 두꺼운 줄기는 염도가 낮아 김치를 세로로 찢어먹어야 간이 딱 맞는다”고 말했다.
가위나 칼의 금속 성분이 김치의 맛을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칼 전문가들은 무쇠칼의 철은 산과 만나면 녹이 슬어 음식 맛을 상하게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주방용 칼은 스테인리스스틸이나 몰리브덴스틸 등으로 만들어져 음식 맛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기(氣)의 관점에서 가위로 배추를 자를 경우 금속성의 차가운 기운이 배추의 혈맥을 양쪽에서 자르게 되면 맛의 바이오적인 생기가 사라져 칼로 한 방향으로 써는 것에 비해 김치맛이 떨어지게 된다고 주장하는 한의사나 보완대체의학 전문가들이 많다.
과학적인 증명보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어릴적 어머니가 김치를 얻어 먹으면서 느꼈던 유대감이 김치맛을 돋운다는 논리다.
‘맷돌로 간 음식이 믹서기를 이용한 것보다 맛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들린다. 누구나 맷돌로 가는 게 맛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 일반적인 식당에서는 분쇄기를 애용한다.
믹서기에서 발생하는 열도 음식 맛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예컨대 메밀은 35도 이상 열을 받으면 변성이 일어난다.
이준형 맷돌막국수 대표는 “메밀을 기계로 갈면 소비자들이 느낄 만큼 맛과 향이 사라진다”며 “분쇄기의 열 때문에 메밀의 향과 영양소가 파괴돼 탄수화물만 섭취하게 된다”고 밝혔다.
갈아마시는 주스와 직접 착즙해 먹는 것의 맛이 왜 다른지도 의문 중 하나다. 주스는 일반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영양 섭취 정도가 달라진다. 주스는 크게 착즙하거나 가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착즙 방식은 비타민 파괴가 적어 고농도 비타민을 빨리 섭취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식이섬유가 파괴되는 정도가 믹서로 가는 방법 보다 훨씬 심하다.
채소를 삶아서 갈아마시는 주스는 생으로 갈거나 착즙할 때보다 흡수력이 높다. 특히 채소는 생으로 씹어 먹으면 흡수율이 10% 정도로 낮은 편이다. 생으로든 삶아서든 씹어먹는 것보다 갈아서 먹을 때 몸에 흡수가 용이하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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