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兩岸정상회담 대만 표정]
타이베이=성동기 기자
타이베이=성동기 기자
대만 국경절인 지난달 10일 타이베이의 총통부 앞 광장.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전 세계에서 온 외교사절, 정치인,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2008년 자신의 집권 이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기자와 악수할 땐 비서진으로부터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설명을 듣고는 곧바로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 인사말을 건넬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양안 관계가 악화됐던 전임자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때와는 달리 집권 기간 내내 친중 노선을 걸어온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도 마 총통의 이러한 노력을 중국 정부가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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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총통의 말처럼 대만 내 중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중국을 경계하는 여론이 높지만 경제 측면에선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외치고 있는 것처럼 대만도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대만의 제1수출국이다. 2005년 기준 총수출액 중 26.2%를 차지해 미국(11.1%)과 일본(6.3%)을 합친 것보다 많다. 수입국 순위에서도 2013년엔 일본(비중 16.0%)이 중국(15.7%)을 근소한 차로 앞섰으나 이듬해 중국이 1위 자리에 오른 뒤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 선거 최대 이슈가 양안 관계
대만도 현재 빈부격차,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 복지 축소 등 선진국들이 당면한 이슈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선거철이 되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같은 양안 관계 이슈가 다른 모든 이슈를 덮어버린다.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을 두려워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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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노선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경제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마 총통의 지지율은 20%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마 총통의 집권 7년이 국민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집권 국민당 후보가 야당 후보에게 밀리며 고전하는 양상이다.
○ 어느 당이 집권해도 변화는 없다
그렇다면 진정 대만인들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는 것일까.
양안 관계 업무를 담당하는 대만 대륙위원회가 7월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만인들의 중국에 대한 이중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중국과의 통일을 원하느냐, 독립을 원하느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무려 86.1%에 이르는 압도적 다수가 ‘현상 유지’를 택했다. ‘독립을 원한다’는 여론도 갈수록 줄어 2010년 이전 조사에서는 14.8%였던 것이 4.0%에 그쳤다. ‘즉각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도 2.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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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외교부 관계자는 “대만에서 ‘일국양제’라는 말은 금기어에 가깝다”며 “주권국가인 대만이 중국에 흡수돼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이베이=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