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돈이 없다고 해도 나중에 경제사정이 좋아진 뒤 갚으면 되지 않습니까? 물이 없어서 고생하는 우리를 돕는 게 먼저 아닙니까?”
지난달 31일 서울대 멀티미디어동 3층 회의실. 아프리카 수단의 대표단을 맡은 어린이들이 미국 대표단의 테이블로 몰려가 무언가를 열심히 설득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가슴까지 치켜 든 노트북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여주며 자신들의 협상 내용을 제안하자 미국 대표단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삼삼오오 왁자지껄하게 진행된 이 논의는 ‘2015 유엔청소년환경총회’ 중 비공식 개별 협상. 전체 위원회 회의 도중 원활한 논의의 진전을 위해 각국 대표단이 직접 협상을 하는 시간이었다.
25개 국가 대표단으로 나뉜 학생들은 빗물 지하수 수돗물 해수담수화 등 4개로 나뉘어진 위원회에서 물 부족의 원인과 함께 해법을 논의한 뒤 결의안을 채택했다. “빗물 저장고를 늘리자”거나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지하수 저장량을 모니터링하자”,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물을 개발하자” 같은 내용의 결의안들이 위원회별로 쏟아졌다. 물밑 협상용으로 사용하라고 주최 측이 비치해놨던 쪽지 2000장이 하루 만에 다 소진될 정도로 참가 학생들은 열의를 보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