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프리먼의 소설가를 읽는 방법/존 프리먼 지음/580쪽·1만8000원·자음과모음
위부터 헤르타 뮐러, 살만 루시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진짜 기술적인 부분은 심층 구조예요. 그래야 독자들이 사건들을 적당한 때에, 또는 독서를 내밀한 경험으로 만드는 시간 틀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거죠.” 1993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이 내보이는 ‘글쓰기의 비밀’이다. 모리슨은 먼저 손으로 쓴 다음 컴퓨터로 옮기고, 그 다음 끝없이 퇴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프리먼은 그의 글쓰기 작업은 출판사 편집자였던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한다. 편집의 가치를 알기에 계속해서 다듬고 고친다는 것이다.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의 삶은 드라마틱하다. 독재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그는 투옥됐고 화장실 휴지조각에 소설을 썼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아내가 성폭행당하는 일도 겪어야 했다. “독재의 진짜 끔찍함은 목소리를 빼앗아간다는 거예요.” 프리먼은 이렇게 작가들의 육성을 들려주고 삶을 정리하면서 문학성의 근원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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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먼 자신이 고백하듯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그들이 “정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살과 피를 가진 살아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한숨 쉬고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하며 눈물도 흘린다. 그런 그들을 ‘작가’로 부르게 하는 것은 ‘쓸 수 있다’가 아니라 ‘써야만 한다’는 그들 자신의 믿음이다. “그들은 세계에 대해 말하고자 하고, 이때 오직 이야기로만 말해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다.” 그들이 써야만 했던 이야기들로 인해 독자들의 정신은 풍요롭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