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와 두산 유희관-김현수-김태형 감독-삼성 류중일 감독-구자욱-박석민(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저는 한국시리즈(KS) 우승 트로피입니다. 아마 KS 미디어데이 때마다 여러분들이 제 모습을 보셨을 것입니다. KS 2차전까지 저는 대구구장 앞에 전시돼 있었습니다. 삼성과 두산 선수들을 따라 저도 잠실구장으로 이동합니다.
감독님과 선수들은 저를 늘 경탄의 눈길로 쳐다봅니다. 한국의 유명 쥬얼리 브랜드에서 디자인하고 제작한 저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잠정가치 1억원이 넘는 가격이 놀라워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KS 챔피언만이 품에 안을 수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저를 바라보는 눈길과 만지는 손길에 떨림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2011년 태어났습니다. 그해 KS 우승팀이 1년 동안 저를 보관합니다. KS 기간 잠시나마 저는 우승팀의 손을 떠나 새 주인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4년간 줄곧 저에게는 주인이 삼성, 단 한 팀이었네요. 이미 삼성은 제 모조품을 4개나 가지고 있는데, 올해 하나 더 추가할지 모르겠네요.
제 몸무게는 17.5㎏이고, 키는 65㎝입니다. 꽤 무거울 텐데, 저를 번쩍 치켜 올릴 때 누구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습니다. 이번 KS에서 어느 팀 선수들의 입맞춤을 받을지 저도 설레고 궁금합니다.
대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