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엇클럽’
‘라이엇클럽’에서 부와 권력을 지닌 상류층 가문의 클럽 회원들은 옥스퍼드대 입학으로 모든 면제권을 얻었다는 듯 방탕하게 즐긴다. 영화사 진진 제공
옥스퍼드대에 갓 입학한 마일즈(맥스 아이언스)는 상류층 자제이지만 특권의식이나 권위의식과는 거리가 먼 청년이다. 매력적이지만 집안은 평범한 로렌(홀리데이 그레인저)과 사귀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마일즈는 수업 때마다 자신들의 특권은 당연한 것이고, 서민들은 공짜를 원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알리스터(샘 클래플린)와 부딪친다.
사건은 마일즈와 알리스터가 라이엇클럽의 회원으로 초대되며 벌어진다. 둘은 엽기적인 통과의례를 거쳐 클럽의 최대 행사인 만찬에 참여한다. 대학에서 떨어진 시골 음식점에서 술과 약에 취한 채 매춘부를 몰래 부르고 가게를 때려 부수며 난동을 벌이던 클럽 회원들은 서민들을 경멸하는 알리스터의 발언에 선동돼 결국 자신들을 말리던 음식점 주인을 무참하게 폭행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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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클럽은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 가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치른, 난폭한 음주 문화로 악명 높은 벌링던클럽이 실제 모델이다. 그는 마치 극중 알리스터처럼 클럽 모임에서 술에 취한 채 가난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교클럽의 입회 파티에서는 캐머런 총리가 돼지머리를 두고 음란행위를 했던 것으로 전해져 이 스캔들이 ‘피그게이트’로 불리기도 했다.
영화의 원작인 연극 ‘포시’(Posh·상류층)는 피그게이트가 터지기 전인 2010년 초연됐다. 연극이 소재로 삼을 만한 피그게이트 같은 스캔들이 처음은 아니라는 얘기다. 1% 중의 1%들의 삶을 훔쳐보는 재미로 출발한 영화는 이런 일이 지금도 실제로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거라는 짐작과 함께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