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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프로포폴, 마약류로 규제했더니… ‘제2 우유주사’ 기승

입력 | 2015-10-22 03:00:00

“효과 비슷하고 단속 위험 없어”… 강남 유흥업소 중심으로 확산
2014년 30만 앰풀 수입… 3년전 2.5배




이른바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수면유도제)을 투약하던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여종업원 A 씨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요즘 전문의약품인 ‘에토미데이트’(일명 에토미)를 맞으며 잠들고 있다. A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로 잠을 잘 이루질 못했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동료들의 조언으로 이 약을 알게 됐다.

A 씨는 이 약을 한 번에 3∼5mL 투약하면 1시간가량 잠들고, 약효가 떨어져 잠에서 깨면 같은 용량을 또 투약했다. 이런 방식으로 다른 동료와 함께 하룻밤 사이에 앰풀 10개를 모두 쓰기도 했다. 1박스(10mL 앰풀 10개)가 70만∼80만 원에 거래되고 있어 A 씨는 유흥업소에서 번 돈의 상당액을 에토미데이트 구입에 썼다. A 씨는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구하기가 어렵고 단속도 신경 쓰인다”며 “에토미를 투약하면 기분 좋은 생각과 함께 스르르 잠이 들고 깨어나면 개운하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A 씨처럼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을 대체해 비슷한 효과가 있는 전문의약품인 에토미데이트가 서울 강남 유흥업소와 성형외과 일대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인천지검 강력부(부장 이형관)는 전문의약품 에토미데이트를 빼돌려 시중에 고가에 팔아넘긴 혐의로 안모 씨(46) 등 폭력조직원 2명과 유통책 1명 등 총 3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21일 구속 기소했다. 안 씨 등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약품 도매상에서 에토미데이트 5만 mL(앰풀 5000개)를 빼돌려 유흥업소 여성 등에게 팔아 4억여 원을 챙긴 혐의(약사법 위반)다. 검찰은 프로포폴과 달리 에토미데이트는 아직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안 씨 등에게 마약류관리법 대신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투약자는 처벌하지 못했다.

병원 등에 공급되는 에토미데이트의 가격은 앰풀당 5000원 선이지만 불법 유통을 거치면서 가격이 7만∼8만 원 선까지 치솟았다. 특히 이른바 ‘주사 아줌마’로 불리는 전직 간호조무사 출신 여성들이 서울 강남 일대 모텔이나 오피스텔 등지에서 투약자들을 만나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해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3mL 안팎으로 투약하지만 의존도가 심해지면 한 번에 5mL 넘게 투약한다. 2010년 8만 앰풀이 수입됐던 에토미데이트는 2011년 2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그해 12만 앰풀에서 2012년 20만 앰풀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0만 앰풀이나 수입됐다. 대검찰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해 에토미데이트도 마약류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에토미데이트

정식 명칭은 에토미데이트 리푸로 주사제다. 백색의 전신 마취제로, 수면내시경 검사에 사용되는 등 효능과 용법이 프로포폴과 유사하다. 프로포폴과 달리 마약류로 분류돼 있지 않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는 투여할 수 없다.

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