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첫 대선주자 토론회 총기규제-이라크전-월가개혁 격돌… e메일 스캔들은 공방서 비켜가 美언론 “힐러리의 관록 빛나”… “샌더스 이슈메이킹 능력 돋보여”
13일 오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첫 대선 경선 후보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격돌했다.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는 두 사람은 CNN과 페이스북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에서 총기 규제와 중동 군사개입, 월스트리트 개혁 등 주요 정책 현안을 놓고 설전을 주고받았다. 대선 경선 후보 5명이 토론에 참가했지만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을 제외한 마틴 오맬리, 짐 웨브, 링컨 채피 등 다른 주자들은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은 미 전역에 생중계된 이날 TV토론을 자신의 대세론을 확인하는 자리로 만들기 위해 샌더스 의원을 집중 공략했다.
두 사람은 총기 규제 이슈부터 부딪쳤다. 클린턴 전 장관은 샌더스 의원을 향해 “1993년 당시 신원조회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래디법’의 통과를 다섯 차례나 반대했다”며 총기 제조업체와 판매상을 보호하는 쪽에 투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샌더스 후보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 법안은 방대하고 복잡했다”고 둘러댔지만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나도 상원의원이었는데 내게는 복잡하지 않고 쉬운 법안이었다”고 곧장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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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의원의 트레이드마크인 월가 개혁 이슈도 도마에 올랐다. 샌더스 의원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금융 규제를 완화해 위기가 발생했다”고 꼬집자,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상원의원으로서 은행 구조조정을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또 샌더스 의원이 미국 자본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미국은 덴마크와 노르웨이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자 클린턴 전 장관은 “우리는 덴마크가 아니다. 우리는 미국”이라고 맞받아쳤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같은) 슈퍼파워를 경영하는 현실에 대해 샌더스 의원이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온 이메일 스캔들은 샌더스 의원의 ‘통 큰 발언’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샌더스 의원이 “지금은 미국 중산층 살리기를 논의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빌어먹을 이메일(damn emails)’ 문제를 듣는 데 식상하고 지쳐 있다”고 말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에 클린턴 전 장관은 크게 웃으며 “나도 지쳤다(Me too)”며 샌더스 의원에게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미 언론들은 클린턴 전 장관이 특유의 관록을 바탕으로 안정감 있는 대선 주자의 면모를 보여줬다며 승자로 평가했다. 샌더스 의원에 대해서도 저돌적인 이슈 메이킹 능력을 더욱 부각시켰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을 승자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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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