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8호/사회] 생색만 낸 ‘자녀장려금’…예상액의 10%도 안 되는 실수령액에 뿔난 엄마들
경기 고양에 사는 이모(35) 씨는 2015년 4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자녀장려금’에 대한 홍보물을 봤다. 중산층·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자녀 1명당 최대 50만 원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여섯 살 아들이 있는 이씨는 국세청 홈택스(hometax.go.kr)에서 자신과 남편 소득, 자녀 수 등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예상지급액을 확인했다. 결과는 54만4000원이었고 이씨는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위한 소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명절 직전인 9월 20일 이씨의 은행 계좌로 들어온 금액은 50만 원이나 삭감된 4만4000원이었다. 이씨가 주부들 전용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보니 자신처럼 예상치보다 훨씬 적은 자녀장려금을 받고 성토하는 글이 수두룩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39만 원이 3만9000원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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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자 일부는 추석 직전에야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통보를 받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부모 집에서 딸아이와 함께 사는 박모(34·여) 씨는 5월 자녀장려금 예상지급액 45만 원을 확인했다. 박씨는 3년 전 이혼한 후 혼자 집을 구할 형편이 못 돼 아이와 함께 부모 집에 거주 중이다. 하지만 9월 23일 세무서에서 온 소식은 ‘함께 살고 있는 부모의 재산이 1억4000만 원을 초과해 자녀장려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부모 집은 부모 재산이지 내 재산이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지만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요란한 홍보, 실속 없는 장려금
“자녀장려금은 동일한 주소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의 재산 합계액을 고려해 이뤄진다. 신청자가 부모 집에서 독립적인 생활공간 없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경우라면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에 포함된다. 따라서 가족 전체의 재산이 1억4000만 원을 넘는 박씨의 경우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박씨는 “능력이 안 돼 부모 집에 얹혀사는 형편인데 자녀장려금 몇십만 원 받으려고 독립해야 할 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국세청 인터넷 블로그에서 자녀장려금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문구(왼쪽). 자녀장려금 신청자 일부는 “예상한 지원금보다 실수령액이 턱없이 적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38) 씨는 국세청이 제시한 예상지급액에 따라 자녀장려금 80만 원을 신청했지만 실수령액은 9만3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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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년에도 이러한 혼란이 크게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자녀장려금 예상지급액이 실제 수령액과 차이가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신청 기간’ 때문이다. 자녀장려금 신청(5월 1일~6월 1일)은 종합소득세 신고(5월 4일~6월 1일)와 비슷한 기간에 이뤄졌다. 신청자 개인의 재산 규모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예상지급액이 많게 나왔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5월 한 달간 자녀장려금 신청이 예정돼 있어 이 같은 혼란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청자들이 좀 더 정확한 지급액을 알 수 있게 감액 사항 공지를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문진영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사회복지학 전공)는 “정부가 복지정책을 펼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정책 홍보만 요란하면 ‘생색내기용 정책’에 그친다는 비판을 듣게 된다. 정부가 진정성 있는 서민복지정책을 시행하려면 대상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3만~4만 원을 받는 사람이 계속 나온다면 ‘자녀장려금’이 아닌 ‘지원금’ 등 적절한 이름을 새로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5.10.14.~10.20|1008호 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