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 외교의 성패를 가르는 변곡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과 일본이 손잡고 중국에 맞서는 대결구도가 심화되는 국면이어서 한국은 국익을 최대화하는 외교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미 현안도 ‘빛 샐 틈도 없는 관계’라는 화려한 수사를 넘어 실질적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
이번 방미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수행한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는 보통 합참의장이 함께 가고 국방부 장관은 국내에서 북의 도발에 대비하는 데 견주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어제 국정감사에서 한 장관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핵심기술 이전 승인을 미국 정부가 거부한 데 대해 “기술이전 제한을 다 알았음에도 가능할 것처럼 인식되게 한 책임은 방위사업청, 군, 국방부에 있다”고 자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방미에서 한 장관은 책임지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KFX 기술이전 문제가 논의되느냐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한 장관이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미 국방장관에게 보냈고 조만간 답장이 오리라고 보는데 그것을 보고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10여 년 뒤 영공 방어를 책임질 KFX사업이 ‘깡통사업’이 될 판에 논의조차 못한다면 ‘빛 샐 틈도 없는 한미동맹’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 장관은 물론이고 입만 열면 한미관계를 자랑해온 윤병세 외교부 장관, 그리고 박 대통령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을 위한 협력,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차원에서 KFX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