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조릿대가 한라산국립공원 저지대에서 고지대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희귀 특산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등 종 다양성에 심각한 위기가 닥치고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조릿대
제주조릿대는 30여 년 전 해발 600∼1400m에 드문드문 분포했지만 지금은 계곡과 암석지대를 제외한 한라산국립공원 전역으로 퍼졌다. 제주도가 추정하는 분포면적은 244.6km²에 이른다. 볏과에 속하는 제주조릿대는 잎 가장자리에 흰색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으로 줄기뿌리가 땅을 단단히 움켜쥐면서 자생지를 넓힌다. 한라산연구원 등의 조사 결과 제주조릿대 침입 이전 시로미와 섬바위장대, 한라고들빼기, 백리향 등 20종 이상의 식물이 자랐지만 제주조릿대가 들어온 이후에는 제주조릿대 1종만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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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방목 부활해 번성 억제해야”
제주조릿대 번성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진 데다 제주조릿대를 먹어치우던 소와 말의 방목이 1980년대 중반부터 금지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찬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제주조릿대 잎이 연중 무성하고, 뿌리가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어서 새로운 식물이 쉽게 뿌리내릴 수 없다. 한라산의 귀중한 자원보전을 위해 일정 지역에 대해 제주조릿대를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조릿대 번성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말 방목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가 국립공원 외곽 제주조릿대 자생지에서 시험적으로 말을 방목한 결과 제주조릿대 밀도가 절반가량 줄어들면서 다른 식물이 자랐다. 어미 말 1마리를 1개월 동안 방목하는 데 필요한 제주조릿대 면적은 1만 m²가량으로 조사됐다. 한라산국립공원 강만생 자문위원장은 “제주조릿대를 당뇨, 고혈압, 관절염 개선을 위한 건강기능성식품 등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처리량은 미미하다”며 “공론화를 거쳐 제주조릿대에 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